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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傷痕隨想 16/ 거짓말

김미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2.05.05 11:04 수정 2022.05.05 11:06




[시사칼럼= 김영민 K문화타임즈 공동고문, 전 구미YMCA 사무총장]
‘거짓말하면 입이 삐뚤어진다’. ‘얼굴을 보니 딱 거짓말하네’ 어릴 적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훨씬 더 나이가 든 지금에 다시 써먹을 줄 몰랐다. 피노키오는 어린이들에게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고 하시면서 거짓말을 했을 법한 어린이들에게 코를 만져보라고 애교스럽게 가르치는 예쁜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변화(코가, 입이, 표정이)를 뇌 과학에서 사실이라고 풀어주었다. 즉 반사회성 인격장애라고 불리는 사이코패스는 공감 및 죄책감 결여, 얕은 감정, 자기중심성, 남을 잘 속임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 말에서부터 정서 지배적이고 착취적이며 거짓말과 교묘한 조종에 능하면서도 행동 제어가 서투르고 책임감이 없는 일종의 정신질환자를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감정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에는 일반인들처럼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일반인의 약 15%)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해 이기적이며, 대단히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신분석자이며 의사인 레인 교수는 PET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라고 할 만한 사람들에게는 ‘뇌 안에 2개 부위의 활동이 미약’한 것과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크레이그(Craig)박사 연구팀은 ‘뇌의 두 군데에서 일반인들의 두뇌 스캔 사진과 차이가 나며 감정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편도핵의 갈고리 다발과 고난도의 의사 결정과 관계된 안와 전두엽 피질 부위였다’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서 ‘비록 장난으로나마 거짓말하면 입이 삐뚤어진다’라는 말이나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는 것’이 뇌 과학자들은 일종의 한가지의 정신병증으로 명명하고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입이 삐뚤어져야 하고 코가 길어지며 전두엽의 피질에 정상인과 다른 정신병적(?)인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구체적으로 보자. 소위 한 줄 공약이라는 대통령 후보자 시절의 전 국민에 대한 약속이 당선이 된 후에 한 달도 되지 않아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속였다(?)’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마 많은 분이 기억하시리라.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취임하면 즉시 ‘여가부 폐지’, ‘모든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 ‘사드 추가 배치’ ‘코로나 피해 1,000만 원 보상’ 등 소위 한 줄 공약으로 20~30대 남성의 표를 많이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3일 인수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여가부는 존치’로, ‘병사 월급 인상은 2025년부터 병장의 월급을 기준으로 차등 시행’, ‘사드 추가 설치는 (당장은 불가하고) 이르다’라면서 처음 약속, 그것도 말이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문자 약속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아무 말이나 해서 표를 얻고 난 다음 보니) 실제 입법이나 재원 마련 등 이행 수단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설익은 정책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식으로 허경영식 선거운동을 했다?)

그럴 뿐만 아니다. 후보 시절 보유금액과 관계없이 전면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던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로 한발 물러섰다. 전술한바 자영업자를 겨냥한 공약이었던 ‘코로나 손해 실질적 보상’은 인수위가 손실보상금을 차등 지급이면서 그것도 약속한 금액의 반을 조금 넘겨주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약 파기, 공(空)약 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여가부 폐기’라는 ‘공약은 20·3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끌어내며 답보상태이던 윤 당선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하며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으로 자리를 잡았고 당선 후에도 반발이 심하고 여성 표에 대한 우려하는 질문에 “내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냐”라며 여가부 폐지 의지를 거듭 강조(경향신문 2022년 5월 4일)했지만 (총선지원을 하면서) 여성 표를 인식하였는지 이마저도 ’아닌 것 혹은 없었던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 줄 공약 가운데 반영된 것을 살펴보면 더욱 기가 찬다. 원전 반대가 전 세계적인 상황에서 ‘탈원전 백지화와 원전 최강국 건설’로 인수위는 3번째 국정과제로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를 제시했다. 또한 ‘무고죄 처벌 강화’는 ‘범죄 유형에 따른 무고죄 법정형 구분 검토 및 무고 등 적발 강화’로 실천과제에 반영되었으며 ‘한·미동맹 강화’ ‘시민단체 불법 이익 전액 환수’는 ‘시민단체 기부금 수입 지출 투명성 확보라는 이름으로 변화’로 이름만 바꾸어 시행하겠다며 이를 모두 5년간 대한민국 국정과제로 삼아 정직한, 정당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가까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공약을 아니라고, 이런저런 핑계로 불가하다고 돌리면서 유권자의 동향 유불리-특히 20~30대 여성 유권자-에 따라 안전한 나라 운운하면서 그들의 민심을 얻겠다고 말하고 있다.

후보자 시절에 한 말 ‘.....그대로 공약을 다 지키는 대통령이 있었더냐’라며 냉소를 날리던 그 모양을 그대로 따라간다. 거짓말이든, 남을 속여 갈취하던, 표만 얻으면 되고 그 이후는 모르겠다고 하면 누가 그를 정당하고 정직하다 할 수 있고 누가 그의 말을 믿을 것인가? 취임도 하기 이전에 내뱉은 거짓말이 들통나는 판에도 뻔뻔스레 최대로 호화로운 취임식을 올리겠다는 배짱과 한숨만 나온다. ‘금 그릇에 담긴 술은 백성들의 피요 ......’ 변사또를 꾸짖던 암행어사가 취임식장에 나타나는 모습이 그리워진다(축하연에 꼭 춘향가 중 사또 잔치에 나오는 한 자락 있었으면 제격일 텐데.)


20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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