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칼럼 = 김경홍 K문화타임즈 발행인]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를 하던 유년시절이 있었습니다.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안타까움도 잠깐이었을 뿐 자고 나면 즐거운 추억의 장면으로 남곤 했습니다.
저녁노을에 곱게 물드는 운동장을 나오면 철새들의 무리를 지어 능선을 타고 넘었습니다. 올려다보곤 하던 산 너머 세상은 그리움의 세계였습니다.
삶은 일장춘몽이었습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운동장에 곱게 여울지던 동심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걸어온 우리는 지금, 유년이 그리던 ‘산 너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서랍 속에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해선 안 될 나만의 비밀을 숨겨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비밀 또한 많아지는 게 삶의 습성인 것 맡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대선이 목전으로 다가왔습니다. ‘백군’과 ‘청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를 하던 동심의 둥지에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이름을 바꿔 달고 앉아 있습니다. 심지어는 ‘살릴 놈’ ‘죽일 놈’으로 나뉘어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를 번갈아 파닥거려야 날아가는 것처럼, 오른발과 왼발을 내디뎌야 걸어갈 수 있는 이치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 오른쪽 날개 혹은 오른 발에, 왼쪽 날개 혹은 왼쪽 발에 증오와 저주가 아닌 선의의 경쟁이 추동력(推動力)으로 작용한다면 비판할 일이 아닙니다. 세상이나 삶의 이치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올수록 ‘좌’와 ‘우’로 나뉜 진영에서는 증오와 저주의 소리가 함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관망만을 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이 세상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민중운동가 함석헌 선생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정치란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다. 그 놈이 그 놈이라고 투표를 포기한다면 제일 나쁜 놈이 다 해 먹는다.”
↑↑ 함석헌 옹. [사진 캡처= 까페 ‘ 예수님을 따르는 아가페 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