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발행인 김경홍]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차 재난지원금 정부 지급안에서 제외된 상위 12%의 경기 도민에게 자체 예산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도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가 지자체 예산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심지어는 ‘매표행위’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총리 캠프 측은 ‘국회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또 “88%도 당과 정부, 국회가, 그것도 여야가 합의한 것이 아닌가”라며 “그걸 무시하면 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할 것이며, 지금까지 노력을 펼친 정부나 국회, 당은 어떻게 되는가. 아주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원희룡 전 지사는 또 “명백한 도민 기만행위”라며 “지사직을 붙들고 경선에 임하는 ‘지사 찬스’로 매표행위를 하기 위함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대전·충남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건 제 신념이다. 중앙정부가 정한 것과 다르게 하느냐고 하는 것은 지방자치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대응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재난지원금 정부 지급안에서 제외된 상위 12%의 경기 도민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과연 논란거리가 될 사안일까.
경북 청송군은 경상북도 23개 시군 중 최초로 설 연휴 전인 지난 1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상주시는 또 지난 2월 6천여 명의 소상공인에게 100만 원, 총 60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했다. 특히 지급 성격을 상주형 재난지원금으로 정하기도 했다. 경기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비판하고 있는 일부 대선 예비후보자들의 주장을 대입하면 경북지사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도내 23개 시군 중 21개 시군으로부터 ‘불평등 도정’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또 지난 1월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과는 별개로 광역지자체 중 경기도는 1인당 10만 원, 울산시는 가구당 10만 원을 지급했다. 기초지자체의 경우는 전남 순천시, 해남군, 영암군, 강원도 인제군, 경남 고성군과 산청군 등 전국적으로 10여 개 기초지자체가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과는 별도로 1인당 10만 원을 지급했다. 일부 대선 예비후보들의 주장대로라면 해당 자치단체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표행위를 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지급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3차 재난지원금과는 별개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2개의 광역시와 10여 개의 지자체는 여당과 정부, 특히 여야의 합의 사항을 무시한 처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차 재난지원금 정부 지급안에서 제외된 상위 12%의 경기 도민에게 자체 예산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방정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보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지방분권 정신을 존중한 발언이다.
사전적 의미로 지방 자치는 중앙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가지면서 스스로 지역의 일을 처리해 나가기 때문에 지역의 현실과 필요에 맞게 정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의 복리를 증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된다.
중앙에는 중앙 정부와 국회가 있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있다. 지방의회는 입법, 예산 심의 의결권 등을 갖는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소상공인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는 자체 재정으로 편성한 관련 예산을 지방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정부 몫인 5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외의 자치단체가 주체가 된 재난지원급 지급에 대해 여야 일부 대선 예비후보들은 아직도 중앙집권 시대로 착각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중앙정부의 총리를 지내서 그런 것인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자치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국회의 결정을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주장은 중앙집권 시대의 구시대적 인식에 머물러 있음을 증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들은 ‘경선에 임하는 ’지사 찬스‘에 따른 매표행위라든가, 국회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칸트를 비롯한 저명한 철학자와 지식인들은 ‘반드시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는 것이 정의와 공정’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 가치와 비례한 납세의 의무를 실천하고 있는 부유층에게 ‘살만하다’는 이유를 들어 재난지원금 지급을 차별하는 것은 정의와 공정의 원칙에 위반하는 행위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이러한 원칙을 철칙으로 삼는 이유도 정의와 공정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민주 정신을 존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