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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본회의장/ 사진 =국회 켑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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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칼럼= 발행인 김경홍]대선을 앞둔 정국이 시끄럽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정치인들이 열이면 아홉 고함을 앞세워 삿대를 빼 든다.
국정감사장은 마치 고함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인들이 ‘죽이느니, 살리느니’고함을 질러대기 일쑤였다. 꼴불견이다.
마치 교통사고 현장을 보는 것 같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옛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 현장에 적용된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말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자신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느낄 때 목소리를 높인다”고 한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의 어록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그래서 이번 국감을 지켜본 의식 있는 국민과 평론가들은 ‘수감기관에게 윽박지르기만 했을 뿐 한방 없는 맹탕 국감’이라고 비판을 해대고 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제5공화국 비리 조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에서 최순달 일해재단 초대 이사장 등 재단 관계자들과 장세동, 안현태 등 전 청와대 경호실장,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등 기라성 같은 이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일해재단 설립 목적과 운영, 기금 모금의 강제성, 정경유착의 실체 등을 파헤쳤다. 특히 노무현은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5공 정권과의 정경 유착 등을 실토케하는 답을 얻어냈다.
한국 최대의 재벌 회장으로부터 정경 유착에 관여했다는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상대를 짓누르려는 고성’이 아닌 송곳같은 질문과 논리적인 추궁의 결과였다. 이를 계기로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안은 노무현은 청문회 스타라는 별칭과 함께 대통령에 당선되는 길을 가게 된다.
자신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느낄 때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고, 질서정연한 논리가 결국은 ‘큰 목소리’를 이기는 법이다. 논리를 갖추려면 자신을 가다듬는 겸허함과 함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책상을 치는 고압적인 자세로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의혹을 놓고 ‘재탕 삼탕’하는 보여주기식 정치 행위로부터 정책이나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역 정치인들도 매한가지이다.
상대를 윽박지르는 고압적인 목소리를 수단시하려면 차라리 정치인의 길을 포기하고,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민의 행복과 미래 나라의 발전에 보탬을 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