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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타너스 잎에 가려진 세종대왕 동상/ 사진= k문화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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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칼럼/ 발행인 김경홍] 가을바람이 몰려오는 10월이다. 이른 아침 삶에 찌든 때를 벗겨내려고 동네 뒷산을 오르지만, 때만 덧씌우고 내려오는 하산길이다.
앞서 내려가는 나이 든 이는 제 세상이 온통 제 것인 냥 녹음기를 털어대고, 따라 내려오는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신조어를 읊어댄다.
하산 길에 지친 몸을 쉬려고 하지만 먼저 자리를 잡은 나이 든 이들은 고사성어를 연발해댄다. 귀 기울이면 젊거나 나이가 들거나 간에 온통 주고받는 언어 속에는 대선 분위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대선을 불과 5개월 남겨두었으니,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대는 정치인들이지만, 이번에는 믿어보자는 생각들인 것 같다.
그래서 소위 젊은이들이 비아냥거리는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하는 나이 든 사람, 젊은이들이 나이는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 꼰대질)들은 정치 환경을 사자성어에 담아낸다. 특히 요즘에는 국민의힘의 젊은 대표 이준석까지 나서서 사자성어를 읊어댄다. 지난 9월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시작된 사자성어 파부침주(破釜沈舟/ 사흘 치 식량만 남기고 솥을 모두 깨뜨리고 배도 빠뜨릴 만큼 죽기로 싸운다는 뜻)으로 비롯된 그의 사자성어는 끝이 없다. 마치 ‘한학자’ 같기만 하다.
요즘 MZ로 세대로 일컫는 젊은이들은 곧잘 새로운 한국식의 사자성어를 만들어낸다.소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어대낙 (어치피 대통령은 이낙연),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탱큐)이 그것이다.
한자 네 자로 이루어진 성어로 교훈이나 유래를 담고 있는 사자성어는 중국에서 유래한 ‘식민사관’이다.
파주침주라고 하기보다 어대명, 어대낙, 무야홍,윤나땡 식이면 어떨까. 나이든 이들에게는 거슬리는 표현일는지 모르지만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MZ 세대들의 표현 문구를 경시해선 안 된다.
이들은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정치와 문화, 경제를 이끌 주역들이다. 이들의 문화는 존중되어야 한다. 고사성어 혹은 사자성어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곰곰이 돌아보면 ‘언어적 식민사관’의 일종이다.
듣기 거북하겠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고사성어보다 우리 식의 함축된 소위 사자성어가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총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문화이며, 그 중심에는 언어가 있다. 사자성어가 식민지적 사관임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이 나라를 이끌 주인공은 어린이들이다. 그래서 교사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초등학교 곳곳에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동상이 건립돼 있다. 하지만 관리가 엉망이다. 실례로 구미시 봉곡동 선주초등학교 운동장 맞은편에 건립한 세종대왕상은 외래 식물인 플라타너스에 가려져 있다.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들,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