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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편지] 역사는 이날을 어떻게 기록할까요?

서일주 기자 goguma1841@naver.com 기자 입력 2025.04.07 14:16 수정 2025.04.07 14:19

[구미·대구 YMCA 전 사무총장/ K화타임즈 상임고문]



하루를 마취에서 깨어나는 맑음으로 보냈습니다. 무언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었던, 그런데도 불구하고 흐릿해지고, 아파오면서 조여 오는 온몸에 압박을, 무거운 납덩이를 몸에 달아 온 듯 100여 일의 미몽을, 11시 22분 한 문장으로 깨웠습니다. 지루하고 차가웠던, 눈 오는 날 아스팔트의 차가움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불렀던 민주주의 여 만세를.

이제 7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우리는 똑같은 상흔을 가지고 있습니다. 4.3, 4.19, 5.16, 12.12, 2.17....날짜만으로도 점철된 아픔을 가지고 살아왔지요. 이런 아프고 쓰라린 역사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또다시 떠오르는 기시감 자체를 털어버리려면 어떤 수순의 모습이 필요할지요?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이 같이 쓴 책에서는 페루의 독재자 오스카르 베나비데스가 한 말 즉 “정부는 정적을 겨냥해서 선택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다...친구에게는 모든 것을, 적에게는 법을”이란 말을 기억하라고 역사가 가르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박세연 역, 어크로스, 2025, p86.)그런 상황을 우리는 100여 일 동안 겪어 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아픔에 대해 해결의 방식으로 “극단주의 소수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거를 통한 경쟁’ ‘악의적인’ 정치적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민주주의의 병폐를 치료하기 위한 약은 더 많은 민주주의다”(같은 책. P 333)라면서 지난해 12월 3일 선관위를 점령한 윤 정부의 무도함에 방향을 보여줍니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야 하며 나아가야 할 길은 ‘충직한 민주주의자(이하 A)’와 ‘표면적으로 민주주의에 충직한 자(이하 ∀)’를 구분하라고 우선 지적합니다. 그런 후 (A)가 해야 할 일은 첫째, 비록 오래된 당의 원로들의 반대하는 위험에도 무릅쓰고 ‘자신이 속한 같은 조직에서라도 반민주적 극단주의(∀)를 내쫓아야 한다’고 강변합니다. 수박이니 하는 용어를 많이 보았지 않습니까? 둘째로 A는 ‘반민주적인 행동에 관련한 연합과 단체와 모든 관계(정치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끊고 이들 단체와 협력을 중단할 뿐 아니라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또한 공식 석상에서 그들과 함께 얼굴을 드러내지도 않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아무리 순수한 단색이라도 딴 물감이 조금이라도 스믈스믈 다가오면 모두가 흐려졌다는 서구의, 동남아의, 남미의 정치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이 파괴되던 역사적인 사실을 잊지 말라고요. 뿐 만 아니라 우리는 1940년대 후반 반민특위라는 모습을 기획하고 노력했으나 친일의 몸을 담았던 보신주의자들에 의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지금까지 친일 잔재를 그대로 암 덩어리처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있지 않습니까?

셋째로 A는 ‘연합을 형성했거나 이념적으로 가까운 단체가 관여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폭력과 다양한 반민주적 행동을 확실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절대로 그들의 폭력행위를 벌인 목적에 반발하고 그러한 행동을 벌인 이들의 방식을 절대 인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에 직면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것을 주문합니다.

마지막으로 A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를 고립시키거나 물리치기 위하여 같이 노력해 온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정당(a)과 손을 잡는다’고 가르쳐줍니다.

∀를 절대 포용하지 말고 단죄하면서 a와 같이 A를 크고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할 첫 번째 큰 일입니다. 바로 지금. (2025.4.5.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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