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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너지는 교권, 교육지원청은 왜 학부모를 고발했나

김경홍 기자 siin0122@hanmal.net 기자 입력 2021.12.31 06:28 수정 2021.12.31 06:32

학부모에게 괴롭힘당하고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

↑↑ 12월 29일 대구교육감을 대리해 동부교육지원청이 해당 학부모를 고발했다./사진(대구시 교육청)= 교육청 캡쳐


[k문화타임즈 = 김경홍 기자]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선 안 된다’고 할 만큼 교권이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보아야 할 정도이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늘면서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제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교사를 괴롭히는 학부모에 대한 제재 방법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교사들은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하고, 악의적 정보공개 요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악의적이고 과도한 정보공개 요청이 쇄도하면서 행정업무 및 교육 활동을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교육지원청이 학부모를 고발한 이유는 뭘까.


전교조 대구지부가 1년 동안 가장 심각하게 여기며 적극적으로 대응한 교육 현안은 교권보호였다. 가장 흔한 교권 문제는 교사마다 다양한 방식의 교육 활동을 너무도 쉽게 아동학대로 몰아감으로써 교사를 고발해 경찰서를 드나들게 만들고, 작은 문제에도 학부모들이 변호사에게 의뢰해서 개입하는 것이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만으로도 분리조치를 하는 지경이고, 그 과정에서 결국 교사의 마음과 몸이 무너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권보호 매뉴얼은 부실해서 허점이 많고, 학교관리자들의 대응은 무능했다.

올해 다양한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교사인 학부모가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교사들 사이의 갈등도 해결하지 못해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학교공동체의 수준, 교권 침해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하는데도 열어주지 않는 학교 관리자들의 보신 행정까지 학교 공동체의 현실이 얼마나 각박하고 답답한 곳인가를 드러냈다.

◇대구 신기중에선 이런 일이
학기 초부터 교사들은 남학생반과 특별히 생활지도가 힘든 A 학생의 지도를 위해 1학기 부장회의 때부터 생각을 모아나갔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면 지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여러 선생님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 학부모와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해당 학년만의 특별 행사를 마련해 실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그 반에 수업을 들어가는 선생님들은 그 학생의 수업 방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심지어 수업 시간 중에 벌어진 싸움을 제지하는 교사의 지도에도 욕설로 대응하는 상황에 이르러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A 학생 학부모의 말과 행동은 보통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수업이 없는 시간 교무실에 있다가 싸우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뛰어간 교사들이 오히려 그 일로 고소를 당하고 이후 계속된 전화와 위협에 시달렸다. 이 일로 교사들이 지쳐나가는 일도 심각해졌지만,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가던 교감, 교무, 학생부장마저 한 명의 학부모를 응대하는 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 이르면서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할 학교공동체는 과부하가 걸렸다.

학부모의 끝도 없이 지속되는 공격에 결국 교감이 쓰러지고,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다니는 교사들이 늘어갔다. 거기다 3백 건이 넘는 정보공개 자료를 찾고 복사하고 묶는 일에다가 열람을 하겠다고 학교를 찾아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행정실 직원들과 일부 선생님들은 날마다 초과근무로 지쳐갔고, 급기야 행정실 직원이 문서실에서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내년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내년에 A 학생 해당 학년 담임을 하려는 선생님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지경을 지켜보면서 전교조 대구지부는 혹시라도 학부모를 자극해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시교육청, 동부교육지원청과 협의를 해 나갔다. 결국 12월 29일 대구교육감을 대리해 동부교육지원청이 해당 학부모를 고발했다.

교육청과 학교공동체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은 의무이다. 하지만 학부모의 이기적이고, 반교육적인 악성 민원은 오히려 학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일 뿐이다. 일 년 동안 이어진 학교의 고통, 학부모의 횡포를 제재하기 위한 교육감의 학부모 고발은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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