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발행인 김경홍]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구미를 비롯한 대구 ‧ 경북 시 ‧ 도민들의 존재는 없었다. ‘특정 보수정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은 결국 ‘시민의 정치적 주권은 없고, 중앙정치의 실세가 판을 치는’ 반(反) 지방자치의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이처럼 잘못되고 기이한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구미시민 혹은 대구‧경북 시 ‧ 도민들의 후진적 정치 철학에 기반을 두고 태생한 사생아였다. 민주시민을 자처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우둔한 행태는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바보짓이었던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인사들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3년여에 걸친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생존과 생사의 벼랑 끝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쳐대던 ‘단장{斷腸)의 미아리 고개’ 속에서도 얼굴 한번 내밀지 않던 그들이 아니던가.
쌀값 폭락의 한파에 휩쓸린 농민들이 쓰라려 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휘청일 때도 구미와 담을 쌓고 중앙당 실세와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쏟던 그들이 아니던가.
최근 들어 이들이 구미를 기웃거리고 있다. 이들의 구미방문은 코로나19에 이어 몰아닥친 고금리와 고물가의 한파로 하루하루를 눈물로 버텨내는 민심의 등을 다독이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중앙당 실세 혹은 윤핵관과 줄을 대고 있으니, 중앙당 공천을 자신한다는 ‘자기선전’에 목적을 두고 있는 ‘시민경시 풍조의 사또 행차’인 것이다. 구미시민의 존재가치를 얼마나 얕잡아보는 행태인가. 그들에게 구미시민은 없고, 오로지 중앙당 실세 혹은 윤핵관만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진박 공천’ 파열음이 드셌던 2016년의 악몽이 재현되어선 안 된다.
구미시민의 희로애락과 담을 쌓고 지내던 특정 인사가 어느 날 ‘진박 공천장’을 들고 구미 정치권의 중심으로 치고 들어오던 그 악몽이 답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미시민들의 갈망하던 KTX 구미유치를 임기 내에 마무리 짓겠다던 약속에도 불구하고, 두 번에 걸친 예비타당성 조사의 벽조차 넘지 못한 반시민적 행태가 구미에 다시 재현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봄날의 꽃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혹독한 겨울 한파를 이겨냈기 때문이며, 유명 정치인이 시대 초월적 존경을 받은 까닭은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 국민과 함께 단장의 능선을 타고 넘었기 때문이다.
중앙정치의 실세에 줄을 대고 공천을 받은 인사는 구미시민을 위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구미 정치사가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총선 때마다 중앙당 실세 정치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구미정치, 구미시민들이 묵과한다면 그 피해의 몫은 시민 자신일 뿐이다. 민주자치로부터 부여받은 소중한 소명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자기 부정’을 자초해선 안 된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스스로 부정한다면 ‘구미의 현실과 미래’를 논할 자격도, 권한도 없다.
2024년 구미 총선이 윤핵관이니, 신 윤핵관이니 하는 중앙정치 실세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구미의 토속정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위대한 구미정치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산업 근대화의 신화를 쓴 구미시민들은 한국 경제를 세계일류 경제 대국으로 가는 길을 닦은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이다. 이제 구미시민은 다시 일어서서‘경제는 일류이고 정치는 삼류’라는 정치적 오명을 극복하는 첨병이 되어야 한다.
‘경제 일류, 정치 일류’의 중심에 위대한 구미시민이 있다는 역사를 쓰도록 하자. 후세들에게 한 점 부끄럼없는 구미시민, 자신의 소중한 권리와 권한을 헐값에 매매하는 삼류 시민의 인식으로부터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중앙 실세 정치인의 입김이 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