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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순리대로 흐르는 물이 가장 좋고 순리대로 가는 정치가 가장 멀리 간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2.07.04 21:30 수정 2022.07.04 22:04


[발행인 시사칼럼 = 김경홍]
자연의 순리대로 흐르는 물을 가장 좋은 물이라고 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이러한 물을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부른다.

산 위에서 발원한 물이 도량으로 흘러내려 강을 타고 바다에 이르는 이치를 따르면 수해를 줄일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입에서 식도로, 식도에서 위로, 위에서 다시 소장과 대장으로 흐르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들지만, 음식물이 아래에서 위로 역류하면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중국의 많은 고서는 이러한 이치를 종종 정치에 대입해 순리대로 가는 정치가 가장 멀리 간다고 가르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4년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62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서(倒行逆施)를 꼽았다.

사서 오사서 열전에는 이런 글이 실려있다.
아버지와 형제가 초나라 평 왕에게 살해당하자, 오나라로 망명해 그 나라 왕의 부하가 된 오자서는 이미 죽은 초나라 평 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꺼낸 뒤 채찍으로 300번을 내리쳤다. 소위 부관참시였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 신포서가 오자서의 행위를 편지를 통해 질책했다. 오자서는 그러나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고 멀어서 도리에 어긋난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해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순리를 어긴 오자서는 오나라 왕의 강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이래서 생겨난 고사성어가 도행역서이다.

2014년 교수신문이‘올해의 사자성어’도행역서를 통해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순리에 어긋나는 시대착오적 통치행위를 우려하던 그 무렵은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또 각종 언론은 국정에서 민주주의 장점보다는 권위주의적 모습이 압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던 시절이었다. 결국 이러한 지적을 외면하면서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탄핵안을 가결했고, 박 전 대통령은 불행한 역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프랑스의 작가 카뮈는 이치에 맞지 않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것을 부조리라고 정의한다. 조화가 아닌 부조리부터 모든 부패는 비롯된다. 금융 부조리, 정치 부조리, 경제 부조리가 그렇다.

최근 들어 국회와 지방의회가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순리의 정치가 가장 멀리 간다는 이치를 알면서도 종종 역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산 위에서 발원한 물이 도량으로 흘러내려 강을 타고 바다에 이르는 이치를 따르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치수만 하면 수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데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으로 흘러내린 물을 도량으로 역류시켜 산으로 되돌려 흐르게 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수해를 줄일 수도 있겠으나 머지않아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극적인 수해의 우려를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순리를 거스르는 정치는 오래가지 못하고, 순리대로 가는 정치는 가장 멀리 가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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