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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벽편지/ 서울로 간 스무살 고운 딸에게

김미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2.01.26 23:39 수정 2022.01.27 08:12





1.

딸이 둥지를 떠났다

어미의 먹이를 마다하던 여리디 여린 스무살이
제 스스로 둥지를 틀겠다며 겨울 속으로 걸어들간 것이다
유난히도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던 그날
딸이 전화를 걸어왔다



딸을 만나러가는 상행선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길 없는 길 위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흩어진 발자국들
하필이면 이 겨울에 둥지를 틀겠다며 집을 나선 것일까





내게도 스무살이 있었다
밤 늦은 산간을 넘나들어 둘창문을 두둘기던 어머니
따라 온 어린 동생은 손때 묻은 대추알 몇 개를 쥐어주며
멀뚱멀뚱 방을 나갔다
가고 없는 어머니가 능선 넘어 엷은 구름 사이로
아련한 장년
어느덧 돌아보면 50년 세월이었다



김치 몇 조각과 식은 밥
딸은 서울 한켠 외딴 동네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차디찬 외풍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작은 공간에는
적어놓은 꿈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스무살 만난 내 어머니도 적어놓은 꿈들을 읽으면서
눈길을 밟고 되돌아섰을까



밤길을 달려온 하행선이 새벽과 만나고 있었다
새벽 햇살이 스며드는 눈길가
아스라한 화양목 가지에 까치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지천의 눈물들이 새벽길에 스며들고 있었다
아련한 출근길 어깨들이 새벽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외로운 것들이 모이고 모여
스무살 내 딸의 초상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사람의 이름으로는 살수 없다는 서울
외로운 둥지에서



2.

바늘 귀에 실을 꿰어달라던
눈 먼 어머니
객지로 나가는 아들이
마냥 안쓰럽던 어머니가
호롱불 밑에서 터진 양말을 깁던 그 때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깨어보니 스쳐지나는
작은 산에 불빛 한 점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릴 수 없는 것이
장년이다

►김경홍 /시인•소설가, k문화타임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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