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금오산 일출/ 사진 = 블로그 ,길을 안내하는 공인중개사 캡쳐 |
|
[새벽 칼럼= 김경홍 k문화타임즈 발행인]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마속(馬謖)은 제갈량이 총애할 만큼 군사 계략을 세우는 재주가 남달랐다. 그러나 마속을 탐탁지 않게 여긴 유비는 죽음을 앞두고 제갈량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군사 계략을 세우는데 재주가 남다르다고 하지만 마속은 말만 앞세울 뿐 실제 행동에는 부족함이 많으니, 큰일에는 쓰지 마시오.“
유비가 죽은 뒤 위나라가 촉나라를 공격해 들어오자, 마속은 자신이 방어에 나서겠다고 자청했다. 유비의 유언을 기억하고 있던 제갈량은 그를 보내면서 수비만 하고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의 군령을 어기고 공격에 나섰다가 역습을 당해 도망치는 신세가 됐다. 결국 제갈량은 군령은 어긴 죄를 물어 마속을 참형에 처했다.
이래서 생겨난 고사성어가 언과기실(言過其實)이다. 말만 내세우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구미에도 마속과 같은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정치인이 백승주 • 장석춘 국회의원이다. 장세용 시장 역시 언과기실(言過其實)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수 없을 만큼 시간에 쫒기는 긴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
2010년 11월 KTX 김천구미역이 개통되고, 그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국철 일부 구간을 이용해 구미역에 정치하던 KTX 운행이 끊기면서 KTX 구미 유치는 최대의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와 맞물려 대기업이 탈 구미화가 가속화되면서 시민들은 내륙 속의 섬으로 전락한 구미에 소재한 공단이 더 이상 침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KTX 구미 유치‘를 더 큰 소리로 외치고 나섰다.
세 명 정치인의 공통점은 이러한 시민적 요구에 부응해 ‘KTX 구미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남유진 시장 재임 시절인 2015년부터 구미시는 구미상공회의소와 함께 약목면(북삼읍)에 KTX역 신설을 추진하기로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계기로 구미상공회의소는 경제계, 의회, 관계, 노동계가 등 50명의 대표가 참여하는 'KTX 북삼(약목) 신설 추진협의회‘를 구성했고, 칠곡상공회의소 역시 구미와 유사한 추진협의회 구성에 들어갔다. 이와 맞물려 구미시는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중앙부처에 전달할 시물레이션 용역을 금오공대에 의뢰했다.
그러나 2016년 백승주 의원의 요청으로 구미시, 의회, 국회의원이 참여해 시청 3층 대강당에서 열린 ‘KTX 구미 유치’방안과 관련한 토론회를 거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토론회 당시 거론된 KTX 유치 방안은 ▲김천 보수기지를 활용한 KTX 구미역 유치 ▲KTX 북삼(약목)역 신설▲대구광역전철망의 KTX 김천구미역까지 노선 연장 등 3가지 방안이었다.
하지만 토론회 결과 백승주 의원이 고집한 KTX 구미역 정차 방안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KTX 북삼(약목)역 신설을 위해 구미시• 구미상공회의소, 칠곡군과 칠곡군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추진한 추진협의회 설립은 무산됐다.
이후 백승주 의원은 KTX 구미역 신설을 위해 용역 예산 3억과 5억을 각각 확보하고 두 번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을 의뢰했으나 ‘경제성 없음’ 결론이 나면서 백지화됐다. 백 의원은 당초 국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통과하면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실시설계에 착수하고, 이어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2019년에 KTX 구미역 정차가 가능하다고 공론화했다.
하지만 두 번에 걸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 없음’ 결론이 나면서 김천보수기지를 활용한 KTX 구미역 유치는 무산됐다. 이와 맞물려 김천-거제 간 남부내륙철도가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으로 확정되면서 백 의원은 남부내륙철도 공사 공구 중 김천분기점에서 김천역 연결공사를 우선 시행하고, KTX 열차가 김천역을 거쳐 구미역에 정차하도록 하는 ‘ KTX 구미역 정차 방안으로 변경’하는 등 좌충우돌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장세용 시장 역시 2018년 6월 선거를 앞두고 KTX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섣부른 판단일런지 모르지만, 남아있는 임기가 6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할 때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언과기실(言過其實)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연방제 수준의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이행을 강조했다. 그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의 1차 공공기관에 이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2018년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으로 122개 기관까지 언급하면서 국민과의 약속은 이행되는 듯했다. 이와 맞물려 당시 구미의 일부 지역 언론과 시민들은 1개의 공공기관 구미 유치가 한 개의 대기업이 공단에 입주하는 그 이상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22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 이전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공언이 무색할 만큼 임기 5개월을 남겨놓고 있지만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 공공기관들은 수도권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철석같이 믿어온 공공기관 이전 등 국가균형발전 공약이 메아리에 그치면서 비수도권은 갈수록 침체하는 비극적 상황을 맞고 있고, 서울의 아파트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적 강자와 경제적 약자 간 간격을 좁히겠다고 제시한 문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공약은 결국 수도권과 경제적 강자를 오히려 ‘살찐 돼지’로 키웠을 뿐이다.
정치인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구미시민은 바보였는가.
대선과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마속을 참형한 제갈량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치 행위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만 ‘말만 부풀려서 번드르르하게 할 뿐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 정치 행위’가 제발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물론 구미는 보수와 진보 등 이념적 논리로 양분돼 있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묻지 마 투표’라는 군중심리가 발동한다.
사회학자인 한완상 교수는 ‘민중론’에서 이렇게 설파하고 있다.
‘동물처럼 떼지어 다니는 군중 심리를 극복하고 의식이 투철한 민중이 되지 않고서는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구미시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점을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증명해 보여야 한다. 현명한 구미시민으로 거듭나야 구미와 이 나라의 미래를 가꿀 언과기실(言過其實)하지 않는 정치인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