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가득 짊어진 가을바람이
귀가하고 있다. 몇 모금 피우다 버린 담배 연기
허공 몇 바퀴 휘어 돌다가 자취를 감추는
골목길 포장마차에 노쇠한 늦가을
저 혼자 술잔을 기울인다. 만남이 끊길수록 깊어지는 공간
그 속으로 진한 취기가 깊이 쓸려 들어간다
문을 걸어 잠그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그림자
노크를 한다
언제부턴가 개천을 끼고 사는 마을에 말이 끊겼다
기다리다 지쳐 몸져누운 외출
어쩌다 집을 나설 때는 검고 흰 마스크에
신변을 숨겨야 했다
누런 종잇장에 신상을 적어놓고 들어가 보지만
식장 안은 예전 같지가 않다
하얗고 따스한 두 손을 깊이 집어넣은
육체들이 드문드문 앉아있다
숨 가쁘게 다가온 언어들이 눈가에 아주 미세한
수신호를 남겨놓고 돌아선다
때때로 119에 실려 간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 중 한둘이 절름절름 다가와
손을 내밀지만 화답하는 것은 불문율
언제부턴가 그 작은 마을에 잠이 많아졌다
물살에 깎이다가 물살로 흐르는 모래톱처럼
뚜벅뚜벅 걸어들어와 문을 걸어 잠근 아주 작은 존재
미세하게 떨리다가 눈을 감는다. 요즘처럼
불면 깊은 날이 없었다
⇢김경홍 (시인•소설가/ 신춘문예•계간문예지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