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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벽칼럼] 권성동 의원과 봉곡동 이팝나무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8.30 10:08 수정 2025.08.30 11:42

금수저, 흙수저, 무수저와 불편한 양팔


↑↑ 구미시 봉곡동 이팝나무에 까만 열매가 맺혀 있다.
[사진 k문화타임즈.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30]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 (시인 소설가) 김경홍] 권성동 의원이 지난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가운데 김건희 특검이 지난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창을 청구했다. 이어 법원이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내는 등 숨 가쁜 절차를 밟고 있다. 마치 조선의 정치사를 읽어내리는 착각이 들 정도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갖고 있다. 체포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수 있어서다. 표결 결과 부결이 되면 영장은 법원의 심사 없이 기각되지만, 가결이 되면 구치소에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고립무원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검이 권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28일 오후 6시 19분쯤 조국혁신당 사무부총장은 페이스북에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라는 제하의 내용과 함께 2023년 3월 23일 찍힌 한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그 한 장의 사진 속에는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51명이 도장을 찍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서약서‘를 담고 있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제 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서약서’‘를 이행하라고 요구받는 처지가 됐다. 공수가 뒤바뀐 풍경, 권력의 세계는 냉혹하다. 그래서 혹자는 ‘정치세계로 들어서는 순간 인간의 길을 가려고 해선 안 된다’고 한탄했던가.

중국의 고서 ‘정관정요’의 기록이 새삼스럽다. ‘정관의 정치’라는 평온한 시기를 이룬 정치의 요체(중요한 깨달음)를 담고 있는, 정치인들에겐 교과서와 다름없는 기록의 결정체다.

당 왕조의 2대 황제인 태종은 평생 겸허한 태도를 유지했다고 한다. 과연 명군으로 칭송받을 만한 인물이었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게 행동했는가 하면 말을 할 때도 신중을 거듭했다. 그리고 내뱉은 말에 대해선 책임을 졌고, 사리사욕에 집착하지 않았다.

정관정요에선 “임금의 윤언은 땀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언은 임금이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말이다. 오늘날의 법령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당 태종은 늘 되새겼다.
“몸 밖으로 배출한 땀은 다시는 몸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천자(임금, 지도자, 정치인)의 말도 그와 같아서 일단 입 밖으로 나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내뱉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군자의 길이다”

정치인은 말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게 행동했는가. 말할 때도 신중을 거듭했는가. 나 자신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았는가”
이제, 권 의원은 중국 3천 년 역사의 인물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군주였던 태종의 길을 걸어왔는지를 법적 잣대로 따지는 갈림길에 서 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약자 혹은 열등의식으로 보면 비아냥 정도로 해석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게 행동하라는, 현자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10년 넘기는 권력이 없고, 열흘 넘기는 꽃이 없다”지만, 과연 피어있을 때만 아름다움인가.

봉곡동 이팝나무가 마치 설국을 떠오르게 할 만큼 하얀 꽃을 무더기 피워 올리던 봄날은 순간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이팝나무는 꽃잎을 떨군 그 자리에 까만 열매를 잉태시켰다. 비둘기들은 떨어지는 열매를 쪼아먹고, 어느 시민은 황산화와 노화방지에 효능이 있다며, 열매를 주워 담는다.

우리 주변엔 이팝나무를 닮으려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처세한 겸손지덕과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한 삶을 살았더라면 권력을 내놓았을 때 더 행복한 게 권력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길흉화복의 삶과도 너무 닮아버린 한국의 정치.
그러므로 권력자를 부러워할 일도, 권력자에게 굽신거릴 이유도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그게 가치있는 삶이다. 기 죽어 지낼 일도 아니다.
흙수저가 금수저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무수저도 있는 법이다. 수저가 없다고 해서 기 죽어 지낼 일도 아니다. 수저가 있지만 양팔이 불편한 이도 있잖은가.

2025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권력이 요동을 친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야당 정치인들의 심사가 편치가 않다. 하지만 평생 겸허한 태도와 신중한 발언, 사익보다 공익의 길을 간 당 태종의 삶을 닮으려고 했다면 편치 못할 이유가 없다.

권성동 의원과 봉곡동 이팝나무. 꽃잎이 내린 자리에 열매를 잉태한 봉곡동 이팝나무처럼 살아왔다면 권 의원은 오늘도 당당하게 아침 문을 열어젖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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