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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획/ 보수의 아성 경북 구미에 둥지튼 진보정치 몰락이냐, 생존이냐

김경홍 기자 siin0122@hanmail.net 기자 입력 2021.11.25 20:47 수정 2021.12.07 07:28

구미의 도의원 진보정치 ⇥최초 진보 성향 도의원 한기조⇥2018년 지방선거 진보 성향 정세현, 김준열, 김득환 의원 당선
시의원 진보정치⇥2006년 공천제 도입 이전 진보성향 시의원 다수⇥연규섭, 오병호, 김병주, 강형구, 윤종석, 마창오, 이상진, 이정석, 이수태 (중도 진보), 박수봉(중도 진보). 김택호(중도 진보)⇥공천제 도입 이후 길윤옥, 김근아, 김성현, 안장환, 김수민 ⇥2018년 선거 민주당 마주희(사직), 송용자, 안장환(탈당)

↑↑ 구미공단 전경/ 사진= 한국산업단지 캡처

[K문화타임즈= 김경홍 기자]  2018년 지방선거 결과  구미정치사의 보수 몰락과 진보 급부상이라는 기록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유지될까, 아니면 정치사의 단편으로 기록되면서 흘러간 옛노래가 되는 것일까.
내년 3월 대선에 이어 실시하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구미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영욕(榮辱)의 구미 현대 정치사
경북 구미 출신 박정희 대통령을 빼놓고 구미 정치사를 논할 수 없다. ‘조선인재의 반이 영남이요, 영남인재의 반이 선산’이라고 할 만큼 선산은 조선 성리학의 모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역사가 5백 년이다.
하지만 1961년 5월 16일 5.16 군사 정변을 계기로 1963년 제5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박정희가 취임하면서 중도 보수 성향의 구미는 극심한 경제적, 정치적 격변기를 거쳐야 했다.

1969년 1월 구미국가산업단지 설립추진위를 발족한 데 이어 1969년 4월 건설부 고시, 그리고 1970년 1월 황량한 구미 낙동강 벌이 1970년 섬유단지 지정과 함께 굴뚝 연기를 쏟아내면서 구미는 대변혁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한때 소규모 농촌 지역인 선산군 구미면은 1963년 구미읍으로 승격한 데 이어 19778년에는 급기야 구미시로 승격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선산군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위촉돼 나갔고, 결국 1995년에는 도농통합이라는 구실을 매개체로 구미시에 흡수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전국에서 흘러든 젊은 청년들은 구미에 터를 닦으며 제2의 삶의 터전을 닦아 나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내륙 최대의 공단으로 몸집을 키운 구미는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곡창으로 성장해 나갔다,

맞물려 정치 성향 물살도 구미민심을 중도 보수에서 보수 성향으로 몰아쳤고, 결국 `1970년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구미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동향의 김재후에게 시해되면서 보수의 심장 구미인 기반이 흔들리는 듯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구미는 강성 보수 성향으로 진화해나갔고,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 이후인 2000년 초중반으로 들어서면서 구미의 보수 위세는 정점을 찍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2006년 5월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지원 유세 도중 지충호에게 테러를 당하자, 구미의 민심은 보수 정서로 똘똘 뭉쳤다. 이전만 해도 구미지역 대부분 선거구는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테러 소식이 밀려들면서 구미는 한나라당 시의원 전원이 전 지억구에서 당선되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구미 보수 민심의 정점을 찍은 시기였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현상은 무한하지 않은 법이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 파면을 결정하면서 구미의 보수 민심은 극도로 와해해나갔고, 이듬해 실시한 2018년 구미 지방선거 결과는 보수몰락과 함께 진보 부상으로 이어졌다.
도내 23개 시군 중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를 지자체장으로 당선시켰고, 득표력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힌 전신) 젖힌 민주당은 3명의 비례대표 중 2명, 20명의 지역구 의원 중 7명, 6명의 도의원 정수 중 3명을 당선시키면서 구미의 보수는 사실상 몰락했다.

◇ 구미 출신 도의원들의 성향
1949년 7월 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3년 후인 1952년 5월 10일 29개 선거구에서 선출된 61명의 의원은 1952년 5월 20일 초대 경북도의회를 개원했다.
이후 2018년 11대 의회에 이르기까지 진보 성향을 보인 최초의 구미 출신 도의원은 1996년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한기조 의원이 유일했다. .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민주당 정세현, 김득환, 김준열 의원을 제외하면 한기조 의원은 1952년 최초 도의회 개원 이후 2018년 3명의 진보 성향 도의원을 배출하기까지 60여 년의 구미 도의회 역사상 유일무이한 진보 성향의 도의원이었다.
진보의 외길을 걸어온 한 의원은 2018년 민주당 구미시장 경선에 나섰으나 중도에서 하차했다.

구미 출신 최초의 도의원은 김봉환 의원이었다. 도의원 출신으로서 구미에서는 최초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의원은 1921년 1월 2일 경상북도 선산군(현 구미시)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보통문관 시험에 합격해 관료로 근무하기도 한 그는 8.15 광복 이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조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했고, 한때 경북대학교 강사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1960년 제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경상북도 선산군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무소속 신준원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1963년에는 다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공화당 후보로 경상북도 선산군-군위군 선거구에 출마해 자유민주당 김현규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1965년부터 1967년까지 대한민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67년 제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또 민주공화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신민당 박만원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어 1971년 제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공화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신민당 김현규 후보를 꺾고 당선된 그는 같은 해부터 1972년까지 대한민국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역임했다.

1973년 제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신정우회 제1기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1976년까지 부임한 그는 같은 기간에 대한민국 국회 보건사회위원장을 역임했으나 1976년에는 유신정우회 제2기 국회의원에서 탈락했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자 정치규제를 당했고, 1983년 정치규제에서 해금된 이후도 변호사 업무에 전념했다. 2020년 5월 27일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어 2대에는 장경재, 진중천, 3대 이경일, 최형택에 이어 4대에는 강구휘, 문대식, 박윤환, 이복수, 황상봉. 5대에는 김성조, 박두호, 임효수, 최성태, 한기조, 6대 김장수, 백천봉, 이용석, 정보호, 7대 김석호, 이용석, 정보호, 8대 김대호, 김영택, 백천봉, 윤창욱, 이용석, 9대 구자근, 김영택, 김봉교, 변우정, 윤창욱, 이태식, 장영석, 10대 김봉교, 김지식, 윤창욱, 이홍희, 이태식, 장영석 등이다.

이미 거론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진보 성향 출신은 한기조 의원이 유일했다. 정당공천제 적용으로 보수의 아성인 구미에서 진보정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기조 의원이 진 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것도 보수성향인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진보성향으로 성향을 갈아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의회 출범 이후 사실상 진보 성향의 정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구미가 진보 성향으로 돌아선 것은 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였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 파면을 결정하면서 구미의 보수 민심은 극도로 와해해 나갔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결국, 구미는 진보상향의 민주당 출신 정세현, 김득환, 김준열을 당선시켰다.

◇역대 구미시의회 의원들의 성향

1995년 출항한 구미시의회는 2006년까지 1-4대 의회는 공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조위원장 출신이나 노조 임원 출신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보수의 아성인 구미에서도 진보 성향 출신들의 입김은 거셌다.
무공천제였던 1995년 1대 구미시의회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구미의 원조 민주당의 뿌리라고 해고 과언이 아닌 충북 옥천 출신으로 노조 임원을 지낸 연규섭 의원이 당선됐다.
제1호 진보 성향 시의원으로 분류되는 연의원은 3대 의회에서 부의장을 지냈다,
노조 출신인 오병호 의원도 진보 성향이다.

중도 진보 성향인 김택호 의원은 당시 시정 운영에 반발해 삭발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4대 의회에서 부의장을 지낸 그는 8대 의회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압승했다.
2대 의회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강형구, 김병주 의원이 활동했다.
특히 김 의원은 원조 민주당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도적 진보 성향인 박수봉, 임경만 의원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부의장과 교육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 의원은 2018년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도와 당선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임 의원은 당초 보수 성향이었지만 이후 중도 진보 성향으로 노선을 바꿨다. 의장에 출마하기도 한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해 10%대 후반의 득표력을 보였다.

3대 의회에는 강형구, 연규섭, 임경만 의원 외에 노조위원장 출신의 이정석 의원과 부의장 출신의 윤종석 의원이 진보 성향 의원으로 분류된다. 윤 의원은 금오산 진입로 보도를 친환경 흙길로 조성할 만큼 생활형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4대 의회 들어서는 김택호, 이정석, 임경만 의원 외에도 옥성 출신으로 야성이 강한 이상진 의원이 활동했다.

하지만 2006년 5대 의회에 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진보 성향의 인사들의 출입문은 크게 제한됐다,
5대 의회에는 열린우리당 비례로 등원한 길윤옥 의원이 진보 성향 인사로 유일했다. 구미시 의회 사상 최초의 정당공천 진보 성향 의원이었다.
특히 5대 의회 선거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으로 향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테러 여파가 구미로 흘러들면서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가 전원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한나라당 후보와 백중지세를 보이던 진보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은 추풍낙엽이었다. 구미 현대 정치사에서 보수 아성의 진면목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6대 들어서는 민주노동당 김성현 의원, 녹색당 김수민 의원, 민주비례 김정미 의원이 진보 성향으로 활약했다. 친박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이수태 의원은 활동 과정에서 중도 진보 성향으로 노선을 바꿨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김정곤 의원도 중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7대들어서는 민주당 안장환, 민주비례 김근아 의원 외에도 김정곤 의원을 당선시켰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의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 당선 이후 구미를 도외시하던 이전의 감정까지 겹치면서 민심으로부터 보수 정서가 급격하게 이완해 나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3석의 비례 대표 중 2석, 지역구 20석 중 7석 등 9석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바른미래당 윤종호, 무소속 박교상 의원까지 당선되면서 20석의 지역구 중 미래동합당(국미의힘 전신) 의원은 11석에 불과했다.
민주비례는 마주희(사직), 송용자 이원, 지역구는 안장환(탈당), 홍난이(2022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김재우 의원, 김택호 의원(탈당), 신문식 의원(탈당), 이지연, 이선우 의원 등이었다.


◇구미지역 진보 2022년 지방선거 전망은?

2018년 지방선거 결과 60여 년의 구미 현대 정치사에서 보수의 아성에 탄탄한 둥지를 튼 민주당의 위상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만큼 이변적이었다.
하지만 경제 침체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실망한 민심의 새로운 선택에 힘입어 탄생한 민주당 출신들은 갈증을 겪고 있는 구미 민심에 얼마나 화답했을까.
9명의 의원 중 1명 사직과 3명 탈당 등 9명의 의원 중 4명은 민주당을 떠나야 했다. 또 이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나눠 샅바싸움을 하거나 공무원에 대한 갑질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 출신 시장이 꾸려나가는 시정도 인사 논란과 시도 때도 없는 공모제로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이 와중 속에서 구미시민들이 갈망해온 KTX 구미 유치는 물론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을 위시한 대형 프로젝트 구상은 이미 유물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노정한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고가행진과 일자리 부족은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구미의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2018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2022년 지방선거에서 등원할 민주당 시의원 수는 비례 1석, 지역구 2-3 등 3석 내외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하루 자고 나면 바뀌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그러나 구미의 진보정치가 위기에 서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구미를 고민하기보다 집안 싸움에 골몰하고,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거는 산화할 수 없는 살아있는 현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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