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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홍남기 부총리 ‘말버릇부터 바꿔라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니’

김경홍 기자 입력 2021.09.09 13:13 수정 2021.09.11 14:28

국민 불안케 하는 반 서민적 발언
자영업자•서민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이 그렇게도 불만이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캡처


[김경홍의 물마루 칼럼= k문화임즈 발행인•시인(소설가)
] 필자의 유년을 기른 것은 하루 세끼는커녕 두어 끼니조차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보릿고개 시절이었다. 여리디여린 몸 안에 허기가 차고들면 배고픔의 주는 고통은 혹독했다. 음식으로 채워야 할 몸 안을 찬 기운이 눌러앉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닭이 회를 치는 이른 새벽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는 찬 기운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부엌으로 건너가 쌀독에서 보리쌀을 꺼내 들곤 했다. 유년엔 고통이었다. 쌀독의 밑바닥을 긁어대는 어머니의 고통은 몸 안으로 흘러들었고, 몸 안에 퍼져나간 고통은 눈물을 펌프질했다.

아침상이 차려지면 밑으로 두 명의 동생을 둔 초교생인 유년은 두어 숮가락을 들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면 책보를 허리에 이어 맨 유년은 대문을 나서면서 인사를 남기곤 했다. 

'어머니, 배부르게 잘 먹었어요’
‘아들아 밥 세끼 못 먹을 만큼 힘들지는 않아, 더 먹지 그래, 학교에 가려면 뱃심이 있어야 할 텐데’

유년은 어머니로부터 밥 세끼를 이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가난의 고통을 맘속 깊이 눌러 담고 애써 웃음을 띠던 어머니가 무던히도 그리워지는 초가을 새벽이다.
우물터에서 냉수로 빈속을 채우고 두어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등굣길이었지만 어머니의 따스한 웃음은 유년의 마음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워주곤 했으니, 말이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이 나라 살림을 챙기는 이 나라 어머니 격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상의 고통을 혼자 짊어지기라도 한 듯 굳은 표정으로“나라 곳간이 비어간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나라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으니 코로나 19사태로 하루 벌어 하루 먹기 조차 힘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수많은 시민에게 지원하는 정책자금의 보따리를 더 풀어서는 안 되겠다는 무언의 결심처럼 들리는 순간이었다.

영업 파행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많은 서민들에게 위안의 말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관료들은 책상 위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며 나라의 곳간을 걱정하고 미래를 근심하지만, 많은 서민은 쏟아내는 눈물 어린 마음으로 나라의 곳간을 걱정하고, 미래를 근심한다. 버스삯이 얼마인지조차 모르는 그들에겐 허황한 얘기일는지도 모른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나라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관료들은 많은 서민이 익히 알고 있는 말을 공론화해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이런 말을 했으면 얼마나 감동적이었으랴.

 ‘나라의 곳간이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다 하겠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들은 때로는 감동을 먹고 살아가는 힘을 비축한다는 사실을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아들아 밥 끼 못 먹을 만큼 힘들지는 않아, 더 먹지 그래, 학교에 가려면 뱃심이 있어야 할 텐데’
필자의 유년을 기른 어머니의 따스한 마음 씀이 사무치게 그리운 2021년 9월 아침, 힘들수록 그날 어머니가 물려주신 감동은 종종 가시밭길을 헤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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