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김경홍 기자] 이낙연, 정세균 등 여권 내 전직 총리 출신 대권 주자들이 당헌• 당규상 9월로 예정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을 11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전을 전개하면서 계파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선 연기론에 대해 “약 장수가 가짜 약을 파는 것”이라며 경선 연기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주자 간 앙금은 상처 수준을 넘어 시술 단계로 악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당원과 진보 성향의 표심을 중심으로 “ 준비가 덜 된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연기해 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격”이라는 여론을 형성하면서 경선 연기론 파장의 물살은 민주당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민심의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 연기가 흥행의 불쏘시개로 작용하거나, 대선 판도를 바꾸는 ‘도깨비방망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과거 사례가 입증시켜주고 있다.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와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박근혜 후보는 6월말 경선 일정을 8월 말로 연기하자고 주장했고, 이 후보 측은 박 후보 측 주장을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대세론을 극복하는 한계선을 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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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18일 최고위원회의를 가졌다./ 사진= 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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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민주당의 당헌 당규 개정 및 해석 ‘민심을 어떻게 보길래’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7일 SBS에 출연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보여줬듯 원칙상 당헌·당규를 바꾸는 것은 국민과 당원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대선 180일 전 선출’ 규정이 있는 당헌•당규를 바꿀 명분이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18일 경선 연기 불가 입장을 밝히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17일 강성 친문계와 이낙연, 정세균 계파 의원들은 의원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오후에는 60여 명이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이 지사 측은 경선 연기론이 자신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강성 친문계의 의도적인 흔들기로 해석하면서 각을 세웠고, 민주당 대구시당 소속 5명의 지역위원장은 시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 경선을 당헌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하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연기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역위원장들은 “ 4•7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는 당헌과 당규까지 개정해 후보를 내면서 당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 상황의 유불리를 좇아 국민들과 약속한 원칙을 어긴다면 더 이상 국민들은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코로나 19 사태로 경선 흥행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돌풍에서 보듯 경선 흥행은 시기가 아니라 사람과 구도, 획기적이고 참신한 경선 방식에 있다. 이를 명심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이 와중에 한 나라의 총리까지 지낸 정세균 주자는 18일 경선 연기를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서 '당헌을 견강부회식으로 왜곡 해석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전혀 당헌 개정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전 총리는 특히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무 회의에서 의결하면 되는 일이다. 이걸 그렇게 연결해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서면서 격분한 민심의 불씨를 돋궜다.
특히 중도 성향의 국민들은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과 관련 ‘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역사적 진리를 입증해 보인다고 전제하고 “유불리에 따라 이미 정한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행태는 결국 극심한 민심 이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군다나 전직 총리 출신의 여권 내 대권 주자들이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는 원칙을 뒤엎기 위해 사생결단을 하고 나서자, 이들에 대한 민심이 한랭 전선을 빠르게 형성하고 있다.
두 개의 쌍두마차가 원칙 사수와 원칙 파기라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벼랑 끝을 향해 내달리는 상황, 이를 지켜보는 민심은 싸늘한 영하의 상황으로 직하하고 있다.
한편, 경선 연기를 둘러싸고 당이 내홍에 빠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18일 예정이던 경선 시기에 대한 입장을 다음 중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