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행인 김경홍] 2022년 6월 1일 실시하는 구미지방 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시민들은 우 편향 일색의 보수 정치 체제의 구미 지방 정치를 다양성의 체제로 변화시켰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2000년 초반부터 몰아닥친 대기업의 탈(脫)구미 현상은 한국 산업화의 전초기지인 구미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2010년 들어서면서 가속도를 냈다. 구미공단 수출은 급격하게 하강 곡선을 그었고, 24시간 뿜어내던 공장의 굴뚝 연기는 사그라들었다. 구미공단 경기가 기침을 해대면서 젖줄을 들이대고 생존해온 지역 경기는 심한 감기 몸살을 앓았다. 살길이 막막하다는 푸념이 생활 전선 곳곳을 파고들었다. 출근하는 근로자, 한기 가득한 출입문을 여는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구미경제의 중심축이었던 대기업의 탈구미 현상이 낳은 서글픈 현실이었다.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파는 법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시민들은 대기업이라는 품 안에서 호의호식 (好衣好食)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언젠가는 대기업이 떠날 수도 있다는 지혜로운 판단을 하고, 그때를 대비해 우물 파는 법을 익혀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비운 공백을 메꿀 대체 산업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보수 텃밭 구성원인 시민들은 ‘묻지 마 투표’를 통해 특정 보수 정당에 몰표를 행사했고, 묻지 마 투표를 통해 당선된 보수 정치인들은 지역발전과 시민의 권익 옹호를 뒤로한 채 공천권자 앞에 손을 비비는 일을 정치 행위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보수 정치인들의 주객전도형 정치 행위가 결국 구미공단과 구미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는 지역주민의 안위를 무시하고, 지역발전을 도외시한 보수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었고, 보수정치권에 ‘묻지 마 투표’를 일관해온 시민들 스스로에 대한 자아 성찰의 계기였다. 이러한 자성의 결과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인식을 바꾸는 대전환의 계기로 작용했고, 구미를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다양성의 정치 세계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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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공단/ 사진= 한국산업단지 공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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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상황에서 시민들은 2018년의 선택이 과연 옳았느냐는 또 다른 고민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구미시 의회는 사상 최악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낯부끄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공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의회는 의원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윤리특위를 통해 징계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법부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도 끊이지 않고 있고, 구속 기소, 불구속 입건이라는 불명예의 사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공무원을 향한 일부 의원들의 고성이 늘 분위기를 긴장시키고 있는가 하면 지역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힘을 도모해야 할 집행부와는 언제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집행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구미경제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할 공모직 경제국장은 무능을 이유로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퇴출을 당하다시피 했다. 두 명의 인사가 민선 7기 들어 신설한 정책 보좌관직을 거쳐 갔지만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대형프로젝트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구미의 최대 숙원 사업인 KTX 구미 유치는 제자리걸음이고, 최근 들어 구자근 의원과 수공사장이 전격적인 합의를 보았지만 4년 동안 5공단 분양가 인하는 물론, 업종 다변화도 진척되지 않았다. 구미형 공공 일자리 역시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낙동강 물관리 위원회가 용역 결과를 심의 의결하면서 가시화된 대구취수원 이전 현안도 구미시의회와 해당 지역민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대립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어렵게 유치한 국도 비 사업 역시 대응 예산이 없어 반납해야 할 만큼 재정 상황은 최악이다. 여기에다 88%의 국민에게 지급해야 할 4차 재난 지난급 지급을 위해 시는 또 부담해야 할 몫을 충당하기 위해 기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뿐이 아니다. 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인 버스 업체는 지난해 코로나 19로 발생한 손실금 중 10억 원을 보상받지 못한 가운데 울며 겨자 먹기로 2021년 1월부터는 매월 5억 원의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손실을 보상받지 못할 경우 노선을 축소하거나 최악의 상황에는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의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유지를 매각해 구미시가 충당해야 할 재난지원금을 사전에 준비하거나 국도 비 사업을 반납하는 일이 없도록 재정을 마련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결론을 도출시키지 못했다.
지방자치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는 시민의 행복과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임무를 부여받은 선출직 공직자는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사익에 함몰한 인사나 시가 단행하는 인사에 특정인이 관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익을 추구하는 시정 농단 세력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익의 가치관이 제자리를 잡을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2022년 6월 1일 실시하는 지방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자치단체의 주인인 구미시민은 정신을 차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