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칼럼

[새벽칼럼] 새 행수1) 에게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6.05 01:16 수정 2025.06.05 01:21

김영민 (K문화타임즈 상임고문/ 구미 대구 YMCA 전 사무총장)

↑↑ 6월 4일 구미시 구미코 개표 현장
[DB및 재판매 금지 2025.6.5=k문화타임즈]


2025년 6월 4일 6시!
 

지루했던, 끈질기고 힘들었던 사슬이 끊어진 날, 바로 그 시간입니다. 제21대 대통령이 태어났습니다. 이 시간 모든 어둠이 물러가는 새벽, 여명은 밝음보다는 이 지역에 사는 우리에게는 묘한 아쉬움에 덧입혀진 아름다움의 깃발이 올라갔습니다. 억누를 수 없는 기쁨과 환호가 전국을 덮었지요. 그런데도 마음 한쪽에서는 기뻐할 수만 없었습니다. 전체와는 달리 홀로 떨어진 외로운 섬도 아닌데 여기의 선택은 지극히 치졸했지요. 같은 피붙이에게 총을 겨누고 부모에게, 이웃에게 모진 욕을 하던 무리인데도 무덤덤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가 나미(남이)가?”하면서 손뼉 치고 환영한다고 별짓을 다 했지요. 나라를 팔아먹어도 “니 핀(네 편)이다”며 살살입니다. 수없이 많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같은 돈 없고 약하게 살아온 사람보다는, 패륜아, 무도한 자, 가방끈이 짧다느니, 온갖 욕 하면서도, 더 어렵게 만드는 부자 깡패에게 “니 잘 한다”며 격려는 이상한 꼴이 연출되었지요.

왜? 도대체 이 사람의 머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데올로기 브레인』(레오르 즈미그로드, 김아림 역, 어크로스, 2025)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한나 아렌트가 한 말을 통해서 이런 상태의 모습을 설명합니다.

“‘순진한 무념무상의 상태’가 그를 광신자로 이끌었다.......생각의 완전한 부재로 괴물 같은 이데올로기를 따르거나 이끌려가는 생각 없음”이 원인이라고 했습니다.(p44). 다시 말해서 “아무 생각 없이 얼빠져 있는 악인”이라는 것이지요. 이 외로운 섬, 대구 경북사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기와 도둑질로 돈을 쓸어 담는 이들, 빨간색의 옷을 입고 죽이려고 총을 들고 오는 내란에도 어정쩡하게 주춤거리고 오히려 박수치는 70%에 가까운 사람들 때문에 이 기쁨은 절반의 환희가 되었습니다.

들어가는 말이 많아졌습니다만 우리나라 헌정사상 가장 많은 표 차이로 당선된 것은 심히 기쁘고, 축하하면서 환호할 일입니다. 따라서 이런 광해군과 같은 시기를 보낸 나라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선시대 대과의 마지막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관문인 책문으로 이어진 임금과 신하의 문답을 통해 이 시기에 필요한 모습을 한마디 말로 거들고자 합니다.

세종대왕 책문은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을 묻습니다. 이에 성삼문은 ‘(올바르지 못한 정치는) 역사에서 사례를 배워 마음에 간직하는 것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야지 법에만 의지하여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감히 대답합니다. 또 신숙주는 ‘개혁의 근본은 인재를 얻는 데 있고, 그들에게 언로를 열어 직언을 들어야 한다’ 면서 400년 전의 말이지만 지금도 정답인 해제를, 이석형2) 은 ‘지나친 개혁, 실질과 다른 법, 이나 엄격하지 않은 처벌’로 일어날 문제점을 과거 중국의 사례를 통해서 법과 실행에 대한 방법을 일러 줍니다.

또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대하여 강희맹은 ‘마땅히 교화를 숭상해서 현명한 사람을 널리 불러 모으고,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마음을 밝게 해서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변화하는 추세에 맞추어 대처해야 함’을 말했습니다. 임금이 ‘마음에 맞는 사람만 등용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버린다면 임금이 숭상하는 것, 욕구에만 맞추어 간사한 것, 혼란이 생기기 마련이어서 이를 가려 쓰는 지혜로움 필요하다’고 간언하고 있습니다.

중종은 어린 나이에 나라를 이어받은 후 여러 신하 학자에게 내린 책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에 대해서 과거의 사례와 실행 방안을 물었습니다. 이에 충재공 권벌은 ‘정책의 일관성은 정책이 신뢰를 받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고. 이전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의욕적이고 참신한 정책을 실시하면서도, 개혁의 탄력이 떨어지면 용두사미가 되는 꼴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표어(기치, 목표)가 거창하면서도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과 “일관성이 없으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흉하다”라는 <시경>의 내용을 인용, 처음과 끝이 달라지지 말아야 함을 대답으로 올렸습니다.(김태완 편저 『책문』, 현자의 마을, 2025.5)

책을 통해서 얻은 조상들의 치세에 대한 지식을 묶어봅니다. ‘정책은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처음과 끝이 같은 일관성’이, ‘변화의 추세에 맞는 인재의 등용’으로 그들의 ‘언로를 열어줌’이라고 권합니다. 동시에 대 전환기 이후 ‘실질적인 법’과 ‘엄격한 처벌’로 나라의 가치를 굳게 해야 함을 말합니다. 그들의 백성을 사랑하고 바른 치세를 위한 충정 어린 답안을 새로이 맞은 대통령에게 권합니다.

1) 머슴의 우두머리, 대장
2) 한해 세차례나 연속으로 장원한 과거제도이후 처음인 학자 성삼문, 신숙주 등과 같이 세종때 문과에 합격한 사람으로 우열을 가릴수 없었다고 한다.






저작권자 K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