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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사진 = 청와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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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발행인 김경홍] 발원지가 쏟아내는 맑은 상류의 물줄기가 중류와 하류를 지나면서 혼탁해지는 수질의 환경적 이치가 정권에도 적용되는 법일까.
2017년 6월 9일 당선이 확정된 이를 후인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수석 비서관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겉옷을 벗으려고 하자, 이를 도와주려는 청와대 직원에게 “괜찮습니다. 제 옷은 제가 벗겠다”며, 벗은 옷을 직접 옷걸이에 걸었다.
청와대의 오랜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기 시작한 그 무렵 5.18 기념식에서 5.18 당시 아버지를 여읜 딸 김소형 씨가 추도사를 절절하게 읽어내리자,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던 대통령은 여성을 따라가서 꼭 안아주었다.
“울지 마세요. 기념식이 끝나고 아버지 묘소에 같이 참배하러 갑시다”
진심 어린 대통령의 위로로 기념식장에 잔뜩 찌푸렸던 5.18의 아픔은 맑게 걷히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심은 이랬다. 권위주의의 옷을 서민의 옷으로 갈아입은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은 당시 관료들도 서민 정신으로 무장해 나갔다. 문재인 정부의 초심은 감동의 연발, 그 자체였다.
2020년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해온 서민 정치에 변곡점을 찍은 시기였다. 그 요충지에 꽈리를 틀고 앉은 LH 사건은 문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따랐던 이 땅의 많은 서민에게 실망과 실의의 눈물을 안겼다. 외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밀어주고 끌어주어야 할 문재인 정부는 많은 서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안겨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초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송두환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 안에서 고 후보자에 대해 “금융·경제정책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서 강한 추진력과 부드럽고 온화한 리더십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또 송 후보자에 대해서는“40년에 걸친 법조인 생활 동안 인권보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으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힘써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민과 약자를 서럽게 하지 않는 국가를 지향하겠다고 한 문 대통령이 내정한 고승범, 송두환 후보자는 모두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배우자와 공동으로 보유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82.95㎡, 55여 평)의 가격(공시가격)은 지난해 말 준 28억 9,500만 원에서 올해는 34억 600만 원으로 5억 원 넘게 올랐다. 1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현재 재산은 모두 56억 9,258만 2,000원이다. 일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난해 말 기준 신고액 50억 2,536만 9,000원보다 6억 7000만 원가량이 늘어났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역시 본인 명의로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27억 5,100만 원의 아파트 한 채를 신고했다. 현재 재산을 32억 9,070만 원으로 신고한 송 후보자는 경기도 남양주 등지에 골프 회원권·리조트 회원권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보다 더 아픈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요, 감내하기 힘든 것은 강자보다 약자, 부자보다 서민을 위하겠다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배신감이다. 그들에겐 LH 사건 여파로 실의에 빠진 서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파본 사람이 상대의 아픈 맘을 더 잘 아는 법”이다. 서민 출신 고위공직자가 서민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서민 출신 중에서도 능력과 실력, 인간 됨됨이가 출중한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능력과 실력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이다. 이 땅의 많은 서민과 약자들이 문재인 정권을 옹호한 이유를 되돌아보는 것은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강남 부자 출신이 아닌 서민 후보자는 과연 이 땅에 없었을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실의는 법무차관의 ‘황제 우산’ 사건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지난달 27일 법무차관은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와 가족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브리핑 과정에서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든‘우산 의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산하겠다고 한 권위주의가 문재인 정부의 관료들에 의해 오히려 강화되고 안착하고 있는 형국이다.
택시 기사의 목을 조른 이전 법무차관의 추태에 이은 후임 차관의 적폐를 바라보는 서민들은 2017년 6월 9일 당선이 확정된 이를 후인 11일 신임 수석 비서관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한 말을 잊지 않고 있다.
“괜찮습니다.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
초심을 잃으면 결국 모두를 잃게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