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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허주가 동생 김태환 전 의원에게 남긴 가르침을 돌아본다

김경홍 기자 입력 2021.08.11 23:16 수정 2021.08.11 23:54

‘나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려거든 정치를 해라’
지방의회‘ 나라와 국민보다 나를 위한 사익 우선의 정치 풍조 만연’
부동산 투기, 음주운전, 의원 간 감정적 갈등 등 끊이지 않는 말썽
지방의원 주민소환제, 지방의회 무용론 확산
의원 2명당 1명 정책 자문위원 전문인력 제도 2022년 1월부터 도입
품격 높은 지방의원 선출은 주민의 몫

↑↑ 낙동강/ 사진 =블로그 좌충우돌 5도2촌 캡처



<칼럼=발행인 김경홍
> 17대 총선을 1년 앞둔 2003년 허주 김윤환 전 국회의원은 생의 가파른 능선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밀었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하고 탈당한 허주는 조순, 이수성, 박찬종, 이기택, 신상우 등 3김 정치와 이회창으로부터 팽당한 정계의 거물들을 끌어모아 민주국민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민주국민당 간판을 앞세워 출마한 16대 구미 총선 분위기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낙선 후 허주는 민국당의 대표를 맡아 당을 추슬렀지만, 그의 몸에는 2년 후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암이 자라고 있었다. 이회창에게 팽을 당한 분노의 불길이 건강을 심하게 해쳤던 것이다. 당시 허주를 만난 최병렬은 함께 스테이크를 시켜놓고는 썰어놓지도 않은 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회창에게 분노를 쏟아낼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2003년 허주는 신장암 치료를 받기 위해 국립암센터에 입원했고, 생의 마지막 출구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까지 건너가야 했다. 당시 동생 김태환 전 국회의원은 정계 진출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이역만리 (異域萬里) 타향에서 형 허주를 만났다.
그 당시 그는 동생 김태환 전 국회의원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나를 위해 살려거든 정치를 하지 말고, 나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살려거든 정치를 해라”
미국에서 회생 불가 판정을 받고 귀국한 허주가 세상에 세 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킹 메이커라는 흔적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한 것은 2003년 12월 15일, 향년 71세였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04년 17대 구미 총선은 기업인 출신의 김태환을 정치인 김태환으로 재탄생시켰다.

‘나보다 나라와 위해 일하려거든 정치를 해라’는 허주가 동생 김태환 전 국회의원을 통해 정치인들에게 남긴 말은 2010대 초․중반 당시만 해도 구미 지역 정가에서는 유행어처럼 회자하곤 했다.

지난 7월 말썽을 일으켜온 지방의회의 행태를 지켜보아온 대구시 달서구 주민들은 결국 주민소환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고, 이에 더해 지방의회의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갑질 논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음주운전, 동료 의원 간의 감정적 갈등 등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끊이지 않는 말썽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지방의회에 대한 시각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2020년 12월 국회가 통과시킨‘ 지방의회 관련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주요 내용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권을 의장에게 부여하고,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 자문위원 전문인력 제도가 도입되는 등 지방의회의 운영 자율성이 이전보다 강화된다. 특히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에 따른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의원 겸직 제도의 규제가 강화되고, 윤리특위의 설치가 의무화되었으며, 의정활동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명실상부한 자치분권, 자치 독립이 실현되려면 일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의 권한을 악용해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부조리는 청산되어야 한다.

경북 구미시의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무원에 대한 갑질 논란, 특정 의원 간의 갈등, 사익을 위해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끊이지 않는 논란을 일으켜 온 행태를 지켜본 지역주민들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러나 지역주민들 역시 의회의 파행 운영으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다. 냉정한 판단을 통해 자신의 권익을 대변할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기보다는 감성에 얽매여 표심을 행사한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황지에서 흘러내린 냇물이 상류와 중류, 하류를 지나면서 낙동강이라는 강물로 흐르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지천의 냇물을 받아들이면서 흐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은 지방자치라는 역사의 물줄기로 흐르면서 곳곳에서 들려오는 민심의 소리를 가슴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지치고 힘든 지천의 민심을 마음을 열고 들여놓아야 한다. 사익을 위해 공익으로 향하는 마음을 닫는다면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 이치처럼 지역 주민을 대변하는 선출직 공직자의 가치관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8개월 후면 제8대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다시 한번 허주의 말을 되새겨본다.
“나를 위해 살려거든 정치를 하지 말고, 나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살려거든 정치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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