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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북 구미시장 선거 기획•1/4년 만에 뒤바뀐 구미 민심‘풀뿌리의 매질은 냉혹했다’

김경홍 기자 siin0122@hanmal.net 기자 입력 2022.06.05 03:05 수정 2022.06.05 20:53


[기획•1] 민심은 들풀과 같다. 겨울 언 땅에 앙상하게 뿌리를 드러낸 이름 없는 들풀은 죽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봄비가 대지를 적시면 풀뿌리들은 새싹을 풀어내고 서로 얼싸안아 산야를 물들인다.
그 이름 없는 들풀들이 꽃의 세상을 그려내기도 하고 때로는 들불로 번져 세상을 화염에 휩싸이게 한다.
죽은 것 같지만 살아있고, 연약한 것 같지만 연약하지 않은 들풀의 생명력은 위대하다.  그  풀뿌리가 우리들 자신이다.

K문화타임즈는 구미 풀뿌리 지방자치 시대의 역사를 두 번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 구미 국가산업단지 [ 사진 출처= 한국산업단지공단]


[K문화타임즈 = 김경홍 기자] 2000년대 초, 불어닥친 엘지의 파주 이전설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엘지와 삼성 등 대기업을 곳간으로 두고 있던 경북 구미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2005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엘지의 파주 이전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던 당시 김관용 시장은 좌불안석이었고, 경북의 곳간인 구미의 불안감이 경북 전역을 휩쓴 2005년 11월 7일 구미시민과 경북도민들은 정부와 여당의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에 대규모 궐기 대회로 맞섰다.

하지만 그날 오전 11시에는 파란(波瀾)이 일었다.
구미시 장천면 28번 국도 착공식에 참석한 구미 장천 출신의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김관용 시장을 면전에다 두고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 대기업을 붙든다고 떠나지 않겠으며, 정주 여건이 황량한 구미에 고급 인력들이 오라고 하면 오겠나. 그들이 구미에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잘 갖추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 궐기대회를 한다고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품 안에 안겨 안주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구미의 지도자들이 과연 자생력을 갖추려고 얼마나 노력했나.“

추 장관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김 시장은 그날 경운대에서 갖기로 한 오찬에도 불참할 만큼 심정이 불편해 있었다.

당시, 일설에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부지를 구미시가 제공하지 않아 대기업의 탈 구미화를 재촉했다는 설이 파다했지만, 들여다보면 낭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급속도로 진전된 민주화의 바람은 기업의 경영논리가 정치논리를 압도해 나갈 수 있는 탈 정치시대의 개막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바람에 편승한 대기업의 탈구미화를 지자체의 장 탓으로 돌리려고만 했던 것은 시민사회의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실례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2000년대 초부터 당시 구미 지역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구미시 형곡동 시립 중앙도서관에 건립한‘일본과의 우호의 정원’을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시 김관용 시장은 “구미 국가공단이 국제화의 시대에 부응한 세계적인 공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문제가 저해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해 나갔다.
특히 우호의 정원 철거를 강력하게 주장한 A모 언론인을 만난 자리에서는 “우호의 정원을 철거해야 한다는 특집보도로 3만 표가 날아갔다”는 농을 던지기도 했던 김 시장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외교적인 문제가 구미공단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지역 언론이 앞장서 달라”고 간청할 정도였다.

구미 국가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존 기업의 재투자와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이 신규 기업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 시장의 당시 예견은 빗나가지 않았다. 일본의 기업들이 입주가 속속 이뤄졌고, 도레이첨단소재 등 기존의 공단 소재 일본기업들의 추가 투자는 대기업을 탈 구미화로 몸살을 앓던 구미공단의 단비 역할을 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노력과 궐기대회에도 아랑곳없이 수도권 규제완화는 진행됐고, 대기업의 탈 구미는 마치 ‘둑을 무너뜨리고 쏟아내는 물줄기’처럼 속도를 냈다.

◇경기 침체의 터널로 빠져든 구미공단,‘ 묻지 마 투표’반성 여론 확산
2014년 수출 300억 불 시대를 끝으로 구미경제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대의 국가공단으로서 이 나라 수출 흑자의 70%를 견인해온 ‘팔뚝’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의 탈 구미화는 수많은 하청 중소기업들의 문을 닫아걸게 했고, 수출은 급속하게 하향세로 돌아섰다. 공장가동률과 고용 인구의 하락세는 인구감소로 이어졌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논리도 먹혀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 10월 KTX 김천구미역 개통은 구미시민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기면서 ‘KTX 구미 유치’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구미시는 엇박자를 냈다. 2016년 백승주 전 의원 등은 구미시에서 열린 국회의원•시도의원, 구미시와의 간담회를 통해 2015년부터 구미시와 구미상공회의소, 칠곡군과 칠곡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추진해 온‘KTX 북삼(약목) 간이역 설치’의 안건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대신‘KTX 구미역 정차’안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임기 내 마무리 짓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두 번에 걸친 국토교통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용역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KTX 구미역 정차’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결국, 최대의 현안인 KTX 구미 유치가 백지화된 데다 구미 국가공단이 심각한 공동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그 여파는 지역경제를 강타했다. 더군다나 구미공단 경제의 위축은 구미시의 재정 여건 악화라는 부메랑을 몰고왔고, 악화한 민심은 보수 정치권을 향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묻지 마 투표’에 의해 탄생한 보수 정치권이 지역발전과 지역민의 권리 보호를 도외시한 채 중앙정치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결과 빚어진 사태라고 규정한 비판 민심은 기존 정치권의 입지를 허무는 강력한 쓰나미로 작용했다.

이러한 민심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1년 앞둔 2017년 중반기부터 확산 기류를 형성해 나갔다. 그 당시 구미 시민사회에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 득세했다.‘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묻지 마 투표’에 안주한 보수 정치권을 시민들이 냉혹하게 심판하지 않을 경우 구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론을 주도했고, 비판 여론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그대로 반영됐다.

선거 결과는 보수 정치권에 치명상을 안겼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압도하면서 3석의 시의원 비례대표 중 2석이 민주당에게 배분될 정도였다.
이에 힘입어 민주당은 6명 정원의 도의원 중 3명, 23명 정원의 시의원 중 10명을 당선시켰다. 특히 경북 도내 23개 시군 중 구미시는 유일하게 자치단체장을 민주당 소속 후보에게 넘겨야 했다.
당시 구미시장 선거에서 후보별 득표율은 민주당 장세용 40.7%, 자유한국당 이양호 38.69%, 바른정당 유능종 7.54%, 무소속 김봉재 9.44%였다.

더군다나 당시 구미 국회의원들은 자유한국당 시장 경선 과정에서 불협화를 자초하면서 시장 선거를 패인으로 끌고 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4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 경선을 하고, 1차 경선에서 1,2위를 차지한 후보를 대상으로 2차 결선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특이한 경선 방식 도입은 보수 정치에 식상한 민심을 더욱 악화시켰다.
더군다나 2차 결선 여론조사 경선에서는 A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내자, 중도에서 이를 무효화하고, 다른 여론조사 기관을 재차 선정해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면서 특정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확산해 나갔다.
여기에다 경북도당은 여론조사 실시 하루 뒤인 오전 10시에 경선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발표 시간을 오후로 늦추면서 여론조사 경선 결과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안겼다.
결국, 무너진 구미 경제를 일으켜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여론조사 경선 파행은 민심 이반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끝내 이러한 요인들이 악화한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보수의 아성으로 알려져 온 구미는 진보정치에게 무릎을 끓어야 했다. 현대 정치사의 이변으로 기록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만큼 보수의 정치를 무력화시키며, 입성한 진보성향의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거는 시민적 기대는 남달랐다.

◇불통과 시민 갈등 부추긴 민주당 자치치대, KTX 구미 유치도 물거품
하지만 시민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했어야 할 구미시 민선 7기는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냈다. 모든 사안에 경제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접근 방식을 우선하면서 시민 통합의 힘으로 구미공단과 지역경제에 몰아닥친 먹장구름을 밀어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는 먹혀들지 않았다.

구미시 새마을과 폐지 움직임을 시작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정서와 각을 세운 장세용 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4개월 후 가진 박정희 대통령 제39주기 추모식에 불참했는가 하면 2019년 9월 구미공단 50주년 홍보영상물에서 전직 대통령 중 박정희 대통령만을 영상에서 제외하면서 시민사회는 이념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또 곳곳에서는 점령군 행세를 하려고 한다는 비판까지 쇄도했다. 구미시의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정희 체육관 명칭을 개칭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식화한 것을 시작으로 대놓고 ‘언제까지 구시대의 유물인 박정희를 팔아먹고 살 것이냐“며 관련 예산에 삭감의 칼날을 들이대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수십년간 외길을 걸어온 국,과장 공무원들의 면전에다 대고 인격 훼손 행위를 일삼으면서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민주당 시의원들이 야당이고,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여당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수자원공사가 만든 8천㎡의 왕산광장 명칭에서 왕산을 지우고, 그냥 광장으로 변경했는가 하면 왕산루의 명칭까지 산동루로 바꾸면서 시민단체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원활한 소통 시정을 기치로 내걸었어야 할 민선 7기는 특히 소통 부재라는 시민적 비판에 늘 직면했다. 더군다나 6개월 단위로 진행한 구미시 인사가 업무의 일관성을 상실하면서 공무원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연이어진 국장급 공모직제 도입과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통해 드러난 인사정책의 난맥상은 파열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집권 여당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KTX 구미 유치를 가시화시켜 주리라고 믿었던 기대감에 대한 실망감, 2021년 8월 11일 장세용 시장이 ‘해평취수원 공동이용 조건부 수용 입장문’ 발표를 시작으로 찬반 논란으로 민심이 분열된 데다 2022년 4월 4일 KTX 구미 유치를 조건부에서 제외한‘알멩이 없는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협정 체결식’을 구미가 아닌 세종시에서의 강행은 민심을 이반시킨 결정타로 작용했다.

‘4년 만에 뒤바뀐 민심’은 냉혹했다. 국민의힘 김장호 후보는 70.29%의 득표율을 보이면서 26.91%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낸 민주당 장세용 후보를 누르고 구미 정치사의 중심에 입성했다.
또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를 통해 72.27%의 지지율을 획득한 국민의힘은 24.72%의 민주당을 압도하며 3명의 비례대표 중 2명을 당선시켰는가 하면, 도의원 8명 전원 당선과 함께 25명의 시의원 중 20명을 당선시키면서 압승했다.

민심은 들풀과 같다. 언 땅에 말라비틀어진 채 뿌리를 드러낸 이름 없는 들풀은 죽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봄비가 대지를 적시면 풀뿌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새싹을 풀어내고 어우러져 산야를 물들인다. 그 들풀들은 꽃동산을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들불로 번져 온 세상을 화염에 휩싸이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풀뿌리의 민심은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생명력을 발휘한다.
격앙한 풀뿌리 민심으로부터 향후 4년의 과제를 부여받은 국민의힘, 김장호 시장 당선인과 8명의 도의원, 20명의 시의원 당선자들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풀뿌리의 민심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민선 8기 구미시대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 경북 구미시장 선거 기획•2 /4년 만에 뒤바뀐 구미 민심 ‘풀뿌리의 매질은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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