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 김경홍 기자] 선진 정치의 대명사로 평가받는 최근의 유럽정치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의 정치 인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30~40대 정상들의 출현. 하지만 유럽 주민들은 나이 어린 정상들의 출현 현상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는다. 비록 생태적 나이는 어리지만, 정치적 나이로는 우리의 정치적 나이 60~70대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10~20대에 정당에 가입한 이들 젊은 정상들은 지방의원으로 시작해 밑바닥부터 정치 수업을 받은 후 정치 무대로 옮겼다.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정치 역량을 길렀으니 뿌리가 깊을 수밖에 없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릴 뿐 웬만해선 뿌리뽑히지 않는 자생력을 갖고 있다.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계파 보스 정치 인식에 식물화된 우리의 시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세계는 중앙의 보스가 주도하는 정치가 아닌 주민 사회가 주도하는 자치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 때마다 중앙 실세의 끈을 잡고 지방정치 혹은 지방자치의 중심을 공략하려는 구태 정치는 시민의 힘으로 물리쳐야 한다. 그게 성공한 지방정치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시대적 소명이며, 의무이다.
◇선진 유럽정치 닮아가는 구미정치, 희망이 있다
2022년 6월 구미지방 선거 결과는 미래 구미정치의 긍정적 신호탄이다. 곳곳에서 청신호 음이 들려온다. 지방과 중앙에서 역량을 쌓은 공무원 출신 시장, 4명의 20~30대와 4명의 지역구 여성 의원 당선과 8명 도의원 중 기초의원에서 광역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3명의 도의원 당선은 지방의회의 밑바닥에서 역량을 길러나가는 선진 유럽정치의 수순이다.
특히 지방의원들의 활발한 의정 활동은 날로 다르게 일취월장이다.
이러한 양상이 진일보해 나간다면 행정 경력이 없는 ‘닉하산 출신 시장’, 정치 경험이 전무한 ’낙하산 정치‘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구미시장 선거
1995년 민선 1대부터 2022년 8대에 이르는 동안 구미가 배출한 시장은 4명이다. 이 기간 치러진 선거에서 7대 장세용 시장을 제외한 3명의 시장은 모두 지방과 중앙에서 행정 경력을 쌓은 공무원 출신이다. 1995년 초대 선거에서 당선한 김관용 전 시장은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고아읍 출신으로 구미초등학교 교사로서의 교육 행정 이력과 수십 년에 걸친 세무행정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해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1대 선거 사례를 제외한 일곱 번의 시장 선거는 전략 공천 없는 행정 및 지방의원 출신들 간의 경쟁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특히 구미시장 선거에 관한 한‘성공한 유럽정치’를 닮아왔다는 점에서 희망을 준다.
8회에 걸친 구미시장 선거는 지방 의원과 행정 출신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중앙과 지방행정 이력의 남유진 시장, 구미시 공무원 이정임, 구미시 경제통상국장 채동익, 구미시 총무국장 ‧ 경주시 부시장 이재웅, 중앙과 지방 행정 이력의 김장호 등이다.
또 시의원 출신은 윤영길 ‧ 허복, 도의원 출신으로는 강구휘 ‧ 한기조 ‧ 김석호 ‧ 김영택 ‧ 이태식 의원 등이었다. 이들은 ‘낙하산의 힘’을 빌리지 않는 ‘순수한 도전자’의 자격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얻는다.
1대와 단독 공천을 받고 후보가 된 2대 이외의 6회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4명 중 김관용 시장은 53세에 취임해 11년, 남유진 시장은 53세에 취임해 12년, 장세용 시장은 65세에 취임해 4년, 53세에 취임한 김장호 시장은 현직이다.
▲구미 국회의원 선거
구미 국회의원 선거는 지방의회 밑바닥에서 정치 수업을 받은 뒤 중앙정치 무대로 옮기는 선진 유럽정치의 시험 무대였다는 점에서 타 지자체와 변별력을 갖는다.
⇥ 김봉환
지방의원 출신 첫 도전자가 구미 선산 출신으로 2021년 유명을 달리한 김봉환 국회의원이다. 초대 도의원 출신인 그는 처음 선거에서 패했으나 재기에 성공한 후 6 ,7, 8대 국회의원과 유정회와 전국구 등 5선을 지냈다.
15명의 구미출신 국회의원 중 지방의회 출신은 김봉환, 김성조, 구자근 의원 등 3명이며, 비 지방의원 출신은 육홍균, 김우동, 김동석, 준원, 박재홍, 김윤환, 박세직, 김태환, 심학봉, 장석춘, 백승주, 김영식 의원 등 12명이다.
⇥김성조
41세에 도의원을 사직하고 42세인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김성조 의원은 행정 출신 시장과 지방의원 출신이 국회의원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선진 유럽정치의 시험무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부여됐다. 특히 선거구가 갑구와 을구가 아닌 단일 선거구로 치러진 선거에서의 당선은 구미정치의 전환기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단일 선거구가 갑구와 을구로 나뉘어 2004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는 밑바닥 지방의원 출신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는 선진 유럽정치를 닮아가려는 기대를 져버렸다.
⇥구자근
2004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전략공천과 사실상 전략공천과 다름이 없는 중앙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경선에 이르기까지 5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방의원으로 시작해 정치 수업을 받은 뒤 중앙 정치 무대로 옮겨가는 단계의 선진 유럽정치를 닮아가려는 노력이 지방의원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도의원 출신으로는 김석호‧ 김영택 ‧ 김봉교, 시의원 출신은 임경만 ‧김성식, 시의원과 도의원 출신은 전인철 ‧ 김대호 의원 등이다.
이런 점에서 2006년 38세의 나이로 시의원을 시작해 도의원이라는 이력을 업고 2020년 중앙정치 무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선진 유럽정치를 구미정치에 접목해 나가는 김봉환, 김성조 의원에 이은 세 번째의 도전사인 구자근 의원의 행보가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관심을 두게 한다.
↑↑ 구미시 전경 [사진 출처 =구미시] |
중앙 정치 실세가 국회의원 및 자치단체장 선거에 입김을 불어 넣는 구태정치의 피해자는 결국 주민이다. 그릇된 수순을 밟은 그들로부터 주민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식은 ‘광활한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다.
정치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과 열정으로 하는 것이다.
지방의원으로 시작해 정치수업을 받은 뒤 중앙정치로 자리를 옮기는 정치 수순,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정치와 행정 역량을 키워온 이들이 꾸려나가는 정치가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구미정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