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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학부모들과 함께하는 서울교육단체협의회 34개 참여단체 1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했다. /사진 = 서교협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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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경홍 K문화타임즈 발행인] 한동안 잠잠하던 직업계고 학생 현장실습 논란이 지난해 홍정운 학생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에 떠 올랐다.
청운의 꿈을 품고 현장실습장인 바다에 뛰어든 학생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학부모의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2014년 김동준, 2015년 김동윤, 2017년 이민호, 2017년 홍수연, 2021년 홍정운 학생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현장실습장에서 발생하는 인명사고는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비극이다.
우리는 생명 존중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민주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현장실습장의 학생들에게는 미미한 상처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소중한 생명은 일회성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중에 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사고 발생⇢제도 강화 ⇢제도 완화 ⇢사고 발생이 무한 반복되면서 현장실습장에서의 비극의 꼬리를 잘라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실효성 없는 면피성 땜질 처방만 내놓으면서 우리 사회가 학생들의 계속된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도 홍정훈 학생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직업계고 현장실습이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장실습 폐지는 안 된다’는 언질에 따라 88일간을 미적거리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견만 수렴한 채 결국 12월 23일 현행 현장실습을 유지하며 보완하는 대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에 따르면 교육을 빙자한 현장실습은 박정희 대통령이 모든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을 의무화하고 그들을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 치켜세우며 산업 현장에 내몬 이후 50년이 되었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실습 업체들은 학생들이 ‘저임금 단기 노동력 제공 수단’이라는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현장실습 학생들은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존재로 취급받아 권리를 박탈당하고 저숙련 노동을 하며 산업재해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학생들의 직업 교육과 취업에 대한 열망의 답이 마치 현장실습에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기업에 직업 교육의 책임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 또한 질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을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만들 책임은 바로 정부에게 있다. 직업계고 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면 현장실습 폐지가 답이다.
현장실습 폐지 운동에 나선 단체들은 3학년 2학기 11월까지는 취업 활동 없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12월부터 전국 동시에 적용되는 가칭 '고졸 취업 준비 기간'을 정해 모든 공채 및 취업 활동을 진행해 할 것을 제안했다.
12월까지 취업을 준비하고 1~2월에 채용 및 입사 전 사전교육을 받은 뒤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다면 직업계고 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존재로 위험 지대에 놓이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입장이다.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망한 학생이 자신의 자식이었다고 해도 제도를 고수했겠는가. 생명 존중의 가치관이 존중받는 민주사회를 위해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