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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 야권 후보 낙점 비결 ‘경북 구미에 있다’

김경홍 기자 입력 2021.09.14 16:59 수정 2021.09.18 19:50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 관심은 ‘박정희 대통령 생가 참배, 그리고 +알파’
정지적 부채 끌어안은 윤석열, 유승민의 전략은?


↑↑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 사진 =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 제공


[k문화타임즈 = 김경홍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만 6개월 앞둔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초미의 관심 포인트로 부상했다. 보수 정치의 세계에서 생가 참배는 대권으로 향하는 관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니, 보수 성향의 민심 속에선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기를 받느냐에 따라 당락 여부가 결정된다”는 속설마저 회자될 정도이다. 21대 대선이 진영의 논리 혹은 진보 정권 심판론으로 흐를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5년 동안 박정희 대통령은 ‘권력 무상’의 중심 그 자체였다. 2016년 10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본격화되면서 탄핵 움직임은 태풍의 눈이었다. 우려했던 데로 태풍의 위력은 2016년 12월 9일 국회로 입성해 탄핵소추안 가결과 함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어 2017년 3월 10일 박 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역사의 뒷무대로 물러앉아야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3년 11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6주년 기념행사에서 남유진 전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오늘날 성공은 박 대통령에서 시작됐다"고 발언해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당시만 해도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면서 보수정치의 성역으로까지 여겨져 온 구미의 위상은 건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이은 구속 사태의 여파는 진보 정치 부활로 이어졌고, 구미의 지방 정치의 지형도에도 대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고 할 만큼 절대적인 보수 정서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북 도내 23개 시군 중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 시장 후보를 당선시킬 만큼 우호적인 진보 성향의 민심으로 돌아앉았다. 이러한 구미 민심의 추이는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권과 궤를 같이하면서 영역을 확보해 나갔고, 박정희 대통령이 조성한 구미공단 50주년 행사에서는 그 업적이 백지화하는 수모마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을 앞두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기류가 TK를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되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등 대선 후보들의 관심이 경북 구미에 집중되고 있다. Tk 정서의 발원지는 구미이고,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을 논하지 않고는 보수의 성지인 구미를 거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 야권 대선 후보들은 탄핵의 벽 앞에서 전략 마련에 고심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5인방의 대응전략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은 5인방 중 최재형 후보가 가장 먼저 물꼬를 텄다. 지난 8월 6일 ‘보수 텃밭’의 정통 지지층의 표심부터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깔고 구미를 방문한 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업화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번영의 기초를 닦았다"며 "새마을 운동을 통해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고,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정신적 토대를 닦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바로 오늘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자기 진영 사람들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 대통합이라는 국가적인 대통령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나 구속과 관련한 ‘정치적 부채 혹은 부담’이 없는 후보임을 내세우면서 보수 민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당과 박정희 대통령 생가 첫 방문을 시발점으로 한 ‘보수의 디딤돌’마련 전략은 정책적 대안 부재 발언과 극우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여론의 역풍 앞에서 주춤거려야 했다.

뒤이어 9일 생가를 방문한 원희룡 후보는 “ 나라의 앞이 보이지 않고 국민들도 꿈을 갖기에는 너무나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시대에 먹거리와 국민들 개개인이 꿈을 갖고 도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의 사다리를 아주 넓게 만들어 갔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간절하다”면서 “오늘날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 내야 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역설했지만, 확장성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12일 생가를 참배한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사용했던 우물에서 마중물을 넣어 수동 펌프로 직접 물을 길어 마실 만큼 박정희 정서를 자극한 홍준표 후보는 “ 광주에 가보니 김대중 대통령 기념관이 잘 돼 있는 것을 봤다. 박정희 대통령 업적이 김대중 대통령에 비해 낮지 않은 데 상대 진영에서 돌아가신 분을 폄훼하고, 이에 우리 쪽은 죄지은 듯 움츠러드는 것은 참 안타까웠다"면서 구미에 전국 규모의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그는 또 “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로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다”며, 강경한 어조를 이어갔지만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홍 후보에 대한 관심은 기대치 이하였다.

이처럼 국민의힘 대선 후보 5인방 중 3명의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부담없이 참배할 수 있는 반면 윤석열•유승민 후보는 이유를 불문하고 ‘정치적 부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두 후보의 박대통령 생가 참배가 최대의 이슈로 부상한 이유다.

윤후보나 유후보의 구미 민심 끌어안기 전략 면면에는 직접적인 방식보다‘점진적 접근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정황들이 읽혀진다. 윤후보가 지난 달 31일 충북지역 1호 방문지로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참배한 이면에는 점진적 접근 방식을 통해 달구어진 우호적 민심의 불씨를 상대적으로 냉랭한 구미 민심의 아궁이를 지피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특히 윤후보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의식하고 “ 공직자로서 정부 인사발령에 따라 저의 소임을 다한 것일 뿐, 박정희 전 대통령 장기 구금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는 많은 분의 마음에는 제가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 구속 수사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돌리면서 탈출구를 모색했다.
그는 이어 방문지를 경북에서 대구 등지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 생가’방문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유승민 후보는 “한국 보수가 진정한 집권 의지가 있다면 탄핵의 강을 넘어서야 한다. 4년 전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모두 괴로운 선택을 했다. 보수의 집권을 위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해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평소의 일관된 소신을 통해 보수 민심과 만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관된 소신론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구미 입성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흔적들이 엿보인다.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유후보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경북 북부와 대구지역을 방문했다. 현장 방문보다는 특유의 장점인 토론을 앞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현장 방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우려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우호적 민심과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유후보는 추석 직후 있을 대선 후보 8강 진입과 함께 생가 방문을 이어감으로써 가장 강점으로 꼽는 정책 토론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진보 정치에 정권을 넘겨준 5년은 상대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이 진보 민심의 무게에 짙눌렸던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생가를 찾는 방문객이 전례없이 줄었다는 점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대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 참배 여부가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보수민심의 텃밭이 TK라면 이 지역에 보수의 씨잇을 뿌린 주인은 다름아닌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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