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바람이
문풍지를 스치는 겨울밤
뒤틀린 뱃가죽을 움켜쥐고
구들장이 누렇게 탄 아랫목에
쪼그려 누운 자식에게
시리도록 찬 메밀묵 한 그릇을
내밀어 주시던 어머님.
자식이 무엇인지
주고도 못내 아쉬워
세상을 다 내주셨던 어머님
그날 밤
찬 메밀묵 한 그릇이
그렇게 가슴에 남아 기억 될 줄 몰랐다.
따스한 사랑이
가슴 한켠에 멍으로 남았다.
그 겨울밤도
하염없이 눈이 내렸다.
시인 엄상섭
<주요 약력>◇경북 선산 출생
◇전 구미시 정책기획실장
◇전 구미시설공단 이사장
◇서울문학 신인상 통해 시인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