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

칼럼/ 제주에는 왜 강물이 흐르지 않는가

김미자 기자 입력 2021.05.26 22:05 수정 2021.05.26 23:40

송기남 •제주 생태 지키기 활동가 •본지 논설위원

↑↑ 본지 논설위원 송기남/ 사진 = 필자 제공


제주를 여행하신 분들은 섬 한복판에 높이 솟아있는 한라산을 사이에 두고 섬 한 바퀴를 둘러보면 계곡 곳곳에는 물이 보이이지만 들여다보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한라산을 시작점으로 해서 멀리 바다까지 뻗어 나간 골짜기는 큰비가 내릴 때만 짧게는 하루 정도 길게는 2~3일 정도 물이 흐르다가 그대로 말라버린다.

그런데도 서귀포를 중심으로 일부 해안선 가까운 계곡에서는 용출수가 솟아나 언제나 쉬지 않고 절벽 아래로 내리치며 바다로 흘러가는 서귀포 천지연, 중문 천제연, 서귀포 정방폭포 등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계곡 하단부에서 물이 솟아 끊임없이 폭포를 이루면서 흐르는 계곡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현상을 연출한다.

인도의 갠지즈강은 히말라야산맥에서부터 만년설이 녹아 강물이 되어 흐르고 베트남과 태국의 국경을 흐르는 메콩강은 국경을 넘을 만큼 길고 긴 계곡을 따라 바다로 흐른다. 그러면 제주의 해안선 마을마다 솟구쳐 바다로 흐르는 용출수들은 어디에서 밀려드는 물일까?

빗물이 콸콸 밀려와도 바로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을 ‘숨골’이라고 한다. 그리고 빗물이 땅 위에 오래 머물지 않고 땅속으로 빠지는 토양층을 ‘투수층’이라고 한다. ‘숨골’ 이나 ‘투수층’을 통과해 지하로 흘러든 물이 더 땅 밑으로 빠지지 않고 물을 가두어 저장해주는 단단한 지하층 바닥 공간을 ‘대수층’이라고 한다. 이 ‘대수층’이 바로 지하 물탱크 역할을 해줘서 오랜 가뭄 동안에도 일정 정도의 지하수를 유지해준다. 빗물이 숨골이나 투수층을 통과해 계속해서 대수층으로 밀려 들어가면 대수층에 물은 압력을 받아 다시 땅을 뚫고 솟구치게 된다. 우리가 물을 많이 먹으면 소변을 많이 내보내는 이치와 같다.

제주의 강물은 지하에서 흐른다.
화산섬 제주는 한라산에서 바다까지 거리가 짧고 급경사를 이루는 서귀포 쪽으로 내리지르는 깊은 계곡들이 발달하였으며 산에서 경사가 완만하거나 평평한 동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으로는 그 면적에 비해 계곡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제주의 해안에서 폭포와 용출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지하에 저장된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제주에 지하수는 무궁무진할까?
지상에는 강물이 흐르지 않는 제주는 ‘섬’ 이다. 섬에서 물이 마르는 날이 온다면 어디에서도 강물을 끌어올 수가 없다.
제주 섬에는 골프장들이 난립해 있다. 적은 면적은 20~30만 평 넓은 면적의 골프장들은 60만 평이 넘는 경우까지다. 이미 완공되었거나 허가 예정인 골프장까지 감안하면 30여 개에 이른다. 1개의 골프장에 2개 이상의 지하수를 뚫어 물을 뽑아 올린다. 면적이 넓은 골프장들은 지하수를 3~5군데까지 뚫어놓고 뽑아 올리고 있다. 심장에서 발끝으로 흐르는 피를 동맥에서 피를 뽑아 올리는 것과 같다.
한라산 지하에 흐르는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오탁하지 않도록 보전하는 것이 천혜의 자원을 무궁무진토록 쓸 수 있게 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K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