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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칼럼] 당신은 얼마든지 구미 최고 부자가 될 수 있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8.18 08:23 수정 2025.08.18 21:22

 

↑↑ 백일홍 핀 고가
[사진 작가 조경래.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8.=k문화타임즈]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시인 소설가) 김경홍] 조선시대 어느 만석꾼의 얘기다.
수십 명의 노비와 머슴을 거느린 그는 늘 자신이 부유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수백 명의 노비와 머슴을 거느린 만석꾼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가 세상의 모든 걱정을 짊어진 듯한 표정을 하고 한양의 뒷골목을 걷고 있었다.

그때 거나하게 술에 취한 거지 차림의 선비가 길을 막아섰다.
“당신은 한양에서도 알아주는 만석꾼인데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진 듯한 표정이오“
멈춰 선 만석꾼이 멱살을 부여잡았지만, 선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 가지려는 욕심을 없애면 없애는 만큼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는 법이거늘”

조선 말기의 양반들은 더 많은 부의 축적에만 집착했을 뿐 책임은 외면하면서 나라를 거덜 냈다. 그래서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전해 온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걱정이 아니라 사익을 쌓기 위한 걱정이었으니, 조선이라는 나라가 온전했겠는가.

3대 특검이 연일 내놓는 수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치 조선 말기의 양반들의 못된 행태를 보는 것만 같다.
국민들은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게 해 달라며, 권력을 위임했다. 하지만 그들은 부여받은 권력을 공익에 사용하지 않고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수천만 원하는 장신구는 ‘새 발의 피’다. 수억 원, 수십 억 원의 수수 의혹을 ‘동네 강아지 부르듯’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겠다던 정치인,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기업인 대표, 선량한 신도들의 헌금으로 시설을 꾸려나가는 종교인 대표들. 하지만 연루된 이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들 한다. 철면피들이다.

이뿐이 아니다. 항간에는 일부 전직 지자체장의 재산이 수십억 혹은 수백억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1억 수천만 원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았다고 해도 많아야 10억 원 내외이다. 그들은 ‘금 나와라 뚝딱하면 금이 쏟아지는 도깨비방망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공익보다 사익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그렇게도 집착한 사익의 내용물 속에는 파지를 줍는 어느 노인의 눈물이, 죽음을 불사하고 무더위 속에서 일과 싸우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이따금 질식사를 당하곤 하는 농민들의 애환이 차곡차곡 쌓여있질 않던가.

국민이나 주민을 더욱 가난하게 하는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욕심에 집착한 가난이요, 둘째는 비교를 강요하는 퇴폐한 자본주의적 상대 빈곤이다.
하지만 휩쓸릴 필요나 이유가 없다. 자신의 삶을, 부와 가난을, 죽음을 대신할 그 누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는 나일 뿐이다. 그게 칸트가 일갈하는 순수이성비판, 절대이성비판이 아니던가.

크든 작든 아파트 한 채와 중소형 차 한 대, 하루 세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기본적인 재산만 소유하고 있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구미 최고 부자가 될 수 있다.
”더 가지려는 욕심을 없애면 없애는 만큼 당신은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옛날 어느 만석꾼은 죽음을 앞두고 자식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관棺 양쪽으로 구멍을 뚫어 드러난 내 빈손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해라”
공수레공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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