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이어 김건희 까지 철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고 그 주위에서 그들 부부를 비호하던 자칭 호위무사들이 하나, 둘 얼굴색을 바꾸고, 수천만 원하는 보석으로 뇌물을 바치면서 충성 경쟁을 했다. 하지만 사실이 들어나자, 불똥이 떨어질까 봐 진술을 번복하고 심지어 바쳤던 뇌물과 청탁에 대한 자술서를 서둘러 보내는 등, 배신과 또 배반의 모습이 가득가득, 연신 펼쳐지고 있다.
[구미·김천 YMCA 전 사무총장/ k문화타임즈 상임고문] 2024년 12월 3일 이후 9개월이 흘렀다. 70년을 이상 살아온 입장에서 반년이 조금 넘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의 삶, 경험, 환경, 만남과 헤어짐, 연결 등 얽히고설킨 모든 것들과 희 노 애 락 애 오 욕 등 모두를 되짚어보게 했다. 시민운동가로서, 대학교수로서, 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나아가 도시재생 센터장으로 경력이나 연륜을 자랑하고....최소한 뭔가를 깨달은 경지에 이르게 된 줄 알았다. 아니 최소한 이젠 좀 철이 들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안을 보면서 장삼이사의 모습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그저 평범한 촌노라는 점을 다시 알게 만들었다. 남이 잘되면 축하해 주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위로하는 최소한 신앙인의 양심으로 살아온 줄 알았는데, 최근의 실상은 다른 사람이 잘못되는 모습을 보면서 고소해하고 속으로 키득키득 웃는 모습이 바로 나였음을 발견했다. 아직도 멀었구나. 쓸데없이 가졌던 자만심은 회한을 불러올 뿐이다.
윤석열에 이어 김건희 까지 철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고 그 주위에서 그들 부부를 비호하던 자칭 호위무사들이 하나, 둘 얼굴색을 바꾸고, 수천만 원하는 보석으로 뇌물을 바치면서 충성 경쟁을 했다. 하지만 사실이 들어나자, 불똥이 떨어질까 봐 진술을 번복하고 심지어 바쳤던 뇌물과 청탁에 대한 자술서를 서둘러 보내는 등, 배신과 또 배반의 모습이 가득가득, 연신 펼쳐지고 있다.
그러니 온갖 영화를 다 누리던, 아니 마치 우리나라를 자신의 호주머니 구슬처럼 굴렸던 그들과 그 추종자들이 이제는 서로를 밀고하는 등 치고 빠지는 모습은 시쳇말로 빼박캔트의 상황이어서 허기에 받는 참기름을 듬뿍 친 비빔밥 같은 고소함과 만족을 느낀다.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소위 ‘샤덴 프로이데’('Schaden'손해, 손실 + 'Freude'기쁨, 환희)가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는 대상을 폄하하고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볼 때는 칭찬을 들을 때와 같은 뇌의 부위가 자극을 받으며 더 강하고 짜릿한 쾌감을 갖게 된다’고 뇌 과학자들이 하는 설명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쌤통'이니 '놀부 심보', 혹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등으로 말할 수 있는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것은 아닌지?
노(魯)나라 좌구명(左丘明)이 쓴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행재요화(幸災樂禍)이며 일본말 '메시우마(メシウマ)'나 ざまあみろ(남의 불행을 봐서 밥맛이 좋다', 즉 '꼴 좋다')등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과 반대의 의미’를 보면서, 양의 동서나 때의 고금을 가리지않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나 자신 역시 그 본성에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님 말씀에 칠십이 종심소욕 불유구 (七十而 從心所欲不踰矩, 칠십이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 했는데, 잘못된 일인데도 서로를 비방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니 좋아서 박수치는 자신을 보며 한심해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분명 성숙하지 못한 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솔직한 지금의 상황에 대한 내 마음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기쁨이나 행복을 보고 기뻐함을 말하는 것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무디타(Muditā ; मुदिता)'를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본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조국 전 서울대 법학과 교수, 윤미향 전 의원 등 (무죄임이 밝혀졌음에도 사면에 대한 반박이 끊이지 않는 것)이 복권되고 그들의 잘못이라는 것이 사실은 검찰과 언론의 조작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져 파안대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금 시절에 사는 노인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