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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칼럼]자발스런 귀신은 무릇 죽도 못 얻어먹는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4.13 23:05 수정 2025.04.19 21:27

김영민 구미·대구 YMCA 전 사무총장/ k문화타임즈 상임고문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우리 속담입니다. 수면 상층을 유영하는 숭어는 갑자기 꼬리로 물을 내리치며 수직으로 솟구치지요. 떼로 몰려다니며 물 위로 방방 뛰는 모습이 볼만합니다. ‘뛴다’라는 말이 나왔으니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말은 꼴뚜기 앞에서는 으쓱대던 망둥이도, 숭어 앞에서는 처량한 신세로 일뿐이라는 우스개입니다.

물 위로 튀어 오르는 힘이나 솜씨에서 망둥이가 숭어에 비길 만한 상대가 못돼서입니다. 센 놈이 나서니까 깜냥도 안 되는 놈이 덩달아 나서는 걸 숭어와 망둥이에 빗대 우리 조상들은 스스로를 잘 알아 행동하라는 가르침에서 이 말을 주었습니다. 꼴뚜기와 망둥이는 자신의 처지나 능력을 감안하지도 않고 남의 행동에 뒤따라 설치는 모습에 대한 놀림이지요.

특히 망둥이는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져 염도가 낮아진 강어귀의 기수(汽水)에 주로 몰려 살면서 물 빠진 갯벌에서 덤벙덤벙 날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성질 급하고 같은 종족끼리 잡아먹기도 해 같은 망둥이 살로 만든 미끼에 걸려드는 놈들 때문에 '꼬시래기 제 살 뜯는 듯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폐일언하고 윤석열의 탄핵으로 나라가 망한다고 떠들고 울고 온갖 패악질을 다 하던 무리들에서, 탄핵이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결정이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을 다시 모여야 한다고 개거품을 물던 자들이 ‘오뉴월 똥개 옆에는 똥파리가 한 상’인 것처럼 ‘두엄 데기 앞에서 유세차하고 축문 읽는 모습’으로 보리 숭년에 촌놈 핫바지 방구처럼 출사표라며 퍼질러 놓고 있습니다. 정치라는, 권력이라는 세상인심의 무상함과 인륜의 모양세가 이리도 망쳐졌나 하여 가슴을 칩니다. 그러니 20명에 가까운 토토리 키재기 식의 본새를 가진 것들이 나라를 살리고, 역사를 바로 세울 사람은 나라고 입에 같은 구역질 나는 소리를 합니다.

그들에게 조상님들이 주시는 또 한마디로 견책합니다. ‘무릇’은 알뿌리 식물로, 남도 지역에서는 산자락이나 밭둑에서 흔히 발견되는 나물입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옛날에는 봄에 이 알뿌리를 캐서 거기에 함유된 녹말을 걸러내 죽을 끓여 먹었다고 합니다만 그 알뿌리에 독소가 있어 이를 가라앉히려면 물속에 꽤 오랜 시간을 담근 다음 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독이 제거되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그냥 죽을 쑤어 먹으면 배탈로 곤욕을 치르기 일쑤였는데, 여기에서 나온 말이 ‘자발스러운 귀신은 무릇 죽도 못 얻어 먹는다’라고 합니다. 귀 기울이십시오 무릇 죽 한 그릇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기다려 독이 빠질 때를 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섣달 그믐날 장개 가 놓고는 정월 초하룻날 칠거지악 들먹거린다.’더니 탄핵되고 이제 일반인이 된 자가 아직 대통령의 관저에서 국민의 돈으로 파티를 열고 일주일 넘게 남의 집에 알박기 하듯 눌러앉은 몰염치, 그 곁에서 떨어지는 것 뭐라도 하나를 얻기위해 악다구니 쓰는, 오뉴월 똥파리 떼처럼 웽웽 그리는, 대한민국 4월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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