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봉꾼 바람 때문에 꽃핀 라일락
말초신경이 불안하다
잠잠하다 싶어 까무룩 잠들라치면
꺼졌다가 되살아나기를 반복
바람은 밤새 뜨거운 혀를 들이밀었다
바람의 길은 수십만 갈래
초점 잃은 내 두 눈을 감겨 주고는
유유자적 휘돌아가 버리는 바람
라일락 향기를 훔쳤다고
그가 퍼뜨린 소문은 얼마 뒤 발각될 헛소문
한몸처럼 불어줄 줄 알았던 바람 너는
잠자고 있는 라일락의 바람기만 건드려 놓고
파밭 너머로 시치미 뚝 떼고
고른 숨소리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꽃향기는 바람의 진원지 찾아 헤매다가
세 번째 편의점 모퉁이 돌아 두 시 방향으로 들어섰는데
녹슨 푸른 철 대문 앞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산 너머 어느 마을 배롱나무
난데없이 화장이 진해졌다면
꼭 좀 연락주시길
이복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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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복희 [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