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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26 – 바람론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1.11 15:30 수정 2025.01.11 15:32


난봉꾼 바람 때문에 꽃핀 라일락
말초신경이 불안하다

잠잠하다 싶어 까무룩 잠들라치면
꺼졌다가 되살아나기를 반복
바람은 밤새 뜨거운 혀를 들이밀었다

바람의 길은 수십만 갈래
초점 잃은 내 두 눈을 감겨 주고는
유유자적 휘돌아가 버리는 바람

라일락 향기를 훔쳤다고
그가 퍼뜨린 소문은 얼마 뒤 발각될 헛소문

한몸처럼 불어줄 줄 알았던 바람 너는
잠자고 있는 라일락의 바람기만 건드려 놓고
파밭 너머로 시치미 뚝 떼고
고른 숨소리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꽃향기는 바람의 진원지 찾아 헤매다가
세 번째 편의점 모퉁이 돌아 두 시 방향으로 들어섰는데
녹슨 푸른 철 대문 앞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산 너머 어느 마을 배롱나무
난데없이 화장이 진해졌다면
꼭 좀 연락주시길

이복희 시인→→→

 
↑↑ 시인 이복희
[사진=작가]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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