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 발행인 김경홍] 문화유산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모든 시민이 하나가 되는 김천이 부럽다.
문화예술행정을 하려면 ‘최소한의 지식과 열정, 사랑과 애착’을 가져야 한다. 본질적인 현상을 뒤로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집착하는 피상적인 문화예술행정은 혼魂이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실용주의적 측면을 뛰어넘는 실존적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칸트의 3대 비판 중 하나인 예술론비판을 들여다보는 것은 기초여야 한다. 사람 몇 명 모여놓고 노래와 춤을 부르는 게 문화예술의 전부라고 본다면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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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보물로 지정된 직지사 대웅전 석가여래삼불회도(삼존불탱화) [사진 제공= 송언석 국회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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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이 부럽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 99호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김천 이전을 위해 정계와 관계 등 사회 각계각층과 온 시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김천은 최근 열정적인 힘을 살려 직지사 대웅전 석가여래삼불회도(삼존불탱화)를 국보로 지정케 했다.
이처럼 김천은 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 월척을 낚아 올린다. 김천과 인연이 있는 사명대사의 역사성을 살린 황악산 기슭의 사명대사길, 김천 수도산 자락을 따라 걷는 인현왕후길 등 김천 문화예술행정에는 늘 역사적인 혼이 담겨있다.
하지만 구미는 어떤가. 후삼국 통일의 유산 등 소중한 자산을 방치한 구미시는 박정희의 길 조성에 나섰으나 사실상 백지화됐고, 돌 한 개 길이가 무려 2.32m에 이를 만큼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못지않게 웅장했다는 도개면 소재 주륵사폐탑 역시 2020년 5월 1차 발굴조사를 끝으로 흐지부지됐다.
2023년 구미시립박물관 건립 계획안을 수립한 구미시는 2025년에는 타당성 조사용역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서둘러 시립박물관 건립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구미시와 의회는 물론 모든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현재 구미 소유 문화재는 대부분 영남대와 대구대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고아읍 봉한리에서 발굴된 금동여래입상, 금동 보살 입상 등 3점은 국립 대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도리사에서 발굴된 금동 육각 사리함 1점은 직지사 성보 박물관, 해평면 낙산리에서 발굴된 낙산 고분군 출토 유물 466점은 대구 가톨릭대학교 박물관, 구평동 택지 개발 지구에서 출토된 유물 51점은 국립 중앙 박물관, 선산읍 덕촌리 일원에서 발굴된 중부 내륙 고속도로 출토유물 86점은 한국 문화재 보호센터,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서초 예정부지 출토유물 533점은 대구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상동 주유소 부지 출토유물 34점은 영남문화재연구원, 도량동 일원에서 발굴된 도량동 택지 개발지구 출토 유물 14점은 영남문화재연구원, 인의, 진평동 일원에서 발굴된 인의 진평 토지 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73점은 대구대 박물관, 해평 길씨 문중에서 발굴된 숙종 대왕 어필시 1점은 국립 중앙박물관, 산동면 인덕리에서 발굴된 산동 생태숲 조성 사업부지 출토유물 8점은 국립박물관, 고아읍 문성리에서 출토된 문성리 토지 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120점은 국립 중앙박물관에 각각 위탁 보관하고 있다.
이 외에도 4공단과 확장단지, 5공단 조성 과정에서 출토한 수많은 역사 유물이 구미의 품을 떠나 타지역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이들을 구미시립박물관에 보관하고 이를 통해 구미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나갈 수 있는 받침돌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구미시에서 반출된 국외소재 문화유산의 보호ㆍ환수 등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 확립하고, 보호 및 환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구미시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대부분 영남대와 대구대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 외에도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지은 오언율시를 황기로 선생이 고아읍 예강리의 매학정에서 초서로 쓴 보물 제1625-1호 초서가행 草書歌行을 비롯한 보물급 2점 등은 강릉시 오죽헌시립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시립도서관이 없는 구미시가 당장은 반환을 받지 못하더라도 박물관 개관 즉시 반환 약속을 내용으로 하는 ‘반환 협약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구미시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가려면 본질적인 현상을 뒤로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집착하는 피상적인 문화예술행정으로 선 답을 찾을 수 없다. 혼魂이 없는 문화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