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새벽, 뒷동산 솔잎을 스치는 바람결이 휘청인다. 누군가 쏟아내는 울음 같기도 하다. 아직도 그것이 떠나지 않고 남아 서성거리고 있었나.
고교 시절, 대문을 나서자, 싸이렌이 울렸다. 군인을 실은 차량이 거리로 쏟아졌다. 마치 내장에 집어넣은 음식처럼, 꾸불꾸불한 거리를, 골목을 흘러든 그것들이 피를 토해냈다.
그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름을 바꿔 달았다. 전과자.
울음을 쏟아내고 손 몇 번 치켜들었다는 죄명, 그것들이 끌려간 곳은 군홧발에 짓이겨지고, 개머리판이 그려낸 너무나도 빨간 풍경화 속이었다.
우리들의 20대,
그날 동구 밖까지 따라나선 어머니가 발목을 막아섰다.
“꼭 입 다물거라, 입을 다물거라.”
어머니의 가르침을 거역한 그 불효자는 군홧발이, 개머리판이 그려낸 빨간 풍경화 속에서 ‘전과자’의 이름으로 그렇게 쓰러져 누웠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이 젊음의 형식을 지우고 형식이 그려낸 꿈까지 지워대기 일쑤였지만, 악몽의 추억까지 지워내진 못했다. 내게 그 세월은 늘 공평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불평등의 유산이었다.
2024년 12월 새벽, 뒷동산 솔잎을 스치는 바람결이 휘청인다. 누군가 쏟아내는 울음 같기도 하다. 아직도 떠나지 않고 남아 서성거리고 있는 나의 어머니.
“꼭 입 다물거라, 입을 다물거라.”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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