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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편지]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2.08 01:54 수정 2024.12.17 10:21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새벽, 뒷동산 솔잎을 스치는 바람결이 휘청인다. 누군가 쏟아내는 울음 같기도 하다. 아직도 그것이 떠나지 않고 남아 서성거리고 있었나.

고교 시절, 대문을 나서자, 싸이렌이 울렸다. 군인을 실은 차량이 거리로 쏟아졌다. 마치 내장에 집어넣은 음식처럼, 꾸불꾸불한 거리를, 골목을 흘러든 그것들이 피를 토해냈다.
그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름을 바꿔 달았다. 전과자.
울음을 쏟아내고 손 몇 번 치켜들었다는 죄명, 그것들이 끌려간 곳은 군홧발에 짓이겨지고, 개머리판이 그려낸 너무나도 빨간 풍경화 속이었다.
우리들의 20대,

그날 동구 밖까지 따라나선 어머니가 발목을 막아섰다.
“꼭 입 다물거라, 입을 다물거라.”
어머니의 가르침을 거역한 그 불효자는 군홧발이, 개머리판이 그려낸 빨간 풍경화 속에서 ‘전과자’의 이름으로 그렇게 쓰러져 누웠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이 젊음의 형식을 지우고 형식이 그려낸 꿈까지 지워대기 일쑤였지만, 악몽의 추억까지 지워내진 못했다. 내게 그 세월은 늘 공평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불평등의 유산이었다.

2024년 12월 새벽, 뒷동산 솔잎을 스치는 바람결이 휘청인다. 누군가 쏟아내는 울음 같기도 하다. 아직도 떠나지 않고 남아 서성거리고 있는 나의 어머니.
“꼭 입 다물거라, 입을 다물거라.”
악몽.




2024년 12월 3일, 일제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휴전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혼곤한 역사서에 그것은 이제 <12·3 비상계엄>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사령관 윤석열’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내장에 집어넣은 음식처럼, 꾸불꾸불한 거리로 흘러든 군홧발이, 개머리판이 유리창을 부숴내고, 그것들에 걷어차인 민심이 빨간 풍경화를 그려냈던 그날, 그리고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속에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12·3 비상계엄>.
우리들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 우리들의 젊음과 그 외침이 애써 쌓아놓은 살림을 부숴낸 그날.

아직도 떠나지 않고 남아 내 곁을 서성대고 있는 나의 어머니. 우리들도 그 애절하고 애잔한 어머니의 유산을...우리들이 길러낸 곱고 착한 유산, 분단 역사에 둥지를 틀고 태어난 고단한 우리들의 아들과 딸들에게도 대물림해야 할 것인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내 편과 네 편으로 편을 가르는 너무나도 야성적인 통치 수단의 틈바구니 속에서 하루 세 끼니, 리터당 휘발윳값, 배추 한 포기의 가격으로 가슴앓이하는 우리들의 민생, 이제 어쩔 셈인가. 언제까지 통치 수단의 노리개가 될 것인가.

우리들은 우리들이 길러낸 아들과 딸로부터, 그 아들과 딸이 살아가야 할 역사로부터 대답을 강요받고 있다. 당신의 이름표는 언제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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