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머리카락에도
찌릿해지는 어떤 이유가 있다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한 움큼 모래처럼
아련한 느낌은 눈감고도 되새김질 된다
가윗날에 잘려도 살아있는 감각
수술대 위에 올리듯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길게 늘어뜨리면
저절로 쭈뼛함이 만져진다
그와 나 만나게 한 질긴 끈 팽팽하다
뿌리 쪽은 살에 박혀 검고 튼실해 보이나
멀어질수록 바래고, 갈라지는 세월 앞에
거슬러 오르고 싶은 물살이었나
쓸어내릴수록 스르르 미끄러지다가
끝에서 반대쪽으로 쓸어올릴 땐
삽날로 퍼 담는 모래처럼
컥컥거리는 뒷걸음질이 내 몸을 부추긴다
슬픔을 데리고 떠내려 온 모래들
백사장은 이제 집 한 채 분량의 은빛 모래가 쌓이고
까마득한 몰살의 기억, 정수리가 가렵다
이복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