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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25 – 머리키락 해부학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1.18 12:36 수정 2024.11.18 12:39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머리카락에도
찌릿해지는 어떤 이유가 있다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한 움큼 모래처럼
아련한 느낌은 눈감고도 되새김질 된다

가윗날에 잘려도 살아있는 감각
수술대 위에 올리듯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길게 늘어뜨리면
저절로 쭈뼛함이 만져진다

그와 나 만나게 한 질긴 끈 팽팽하다
뿌리 쪽은 살에 박혀 검고 튼실해 보이나
멀어질수록 바래고, 갈라지는 세월 앞에
거슬러 오르고 싶은 물살이었나

쓸어내릴수록 스르르 미끄러지다가
끝에서 반대쪽으로 쓸어올릴 땐
삽날로 퍼 담는 모래처럼
컥컥거리는 뒷걸음질이 내 몸을 부추긴다

슬픔을 데리고 떠내려 온 모래들
백사장은 이제 집 한 채 분량의 은빛 모래가 쌓이고
까마득한 몰살의 기억, 정수리가 가렵다


이복희 시인→→→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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