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k문화타임즈=발행인 김경홍] A씨는 상대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 거들떠보지조차 않았다.
“막역한 친구잖습니까?”
“상대 후보 도운 X하고 상대하고 싶지 않아요”
내민 손을 야멸차게 뿌리친 A씨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최근 구미시 모예식장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햇볕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지를 치고, 병이 들었다는 이유로 가지를 치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치를 쳐내다 보면 결국 가지 없는 과수나무는 고사하게 된다.
정치 세계도 이러한 이치와 다르지 않다.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오하고,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복종하지 않거나 능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등을 돌린다면 결국 곁에는 측근 몇몇일 뿐이다. 선출직 공직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진(秦)나라의 어린 왕인 정이 성인이 되자, 국정을 대신 맡아 처리해 온 여불위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때 노애(嫪毐)의 반란이 일어났다. 노애는 여불위가 선왕의 부인이었던 조희에게 중매를 서 준 소위 기둥서방이었다. 이후 환관으로 가장해 조희와 자식을 낳고 살던 신분이 들통이 나자, 난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왕은 여불위를 실각시키고 자살하라고 강요하기에 이른다.
당시 진(秦)나라에는 다른 나라 출신일지라도 능력만 출중하면 발탁해서 쓰던‘객경’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출신인 노애(嫪毐)가 난을 일으키자, 타국 출신을 추방하는 축객령(逐客令)이 내려졌다. 초(楚)나라 출신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이사(李斯)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고민 끝에 이사(李斯)는 진나라 왕에게 축객령을 없애 달라는 상소문인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렸다.
“사람을 기용함에 있어 능력을 따지지 않고, 시비를 구분하지 않고, 정의와 사악함을 분별하지 않은 채 그저 진나라 출신이냐, 아니냐만 따진다면 다른 나라를 이길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간축객서에는 또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감동한 진 왕은 축객령을 취소와 함께 이사를 복직시켰고, 그의 계책을 국정에 반영했다. 오히려 추방의 위기에 놓였던 이사를 숭상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훗날 역사는 진나라 통일의 일등 공신은 이사의 계책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간축객서를 올린 이사(李斯)의 용기와 지혜도 감동적이려니와 그 용기와 진언을 받아들인 진나라 왕은 더 훌륭한 인물이었다.
산불양토 해불양수(山不讓土 海不讓水)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웅장한 것이며,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대한 대양을 이루는 법이다.
정치인이 지향하는 목표는 자신의 욕망이나 욕구 충족이 아니라 국민과 주민의 행복, 국가와 지역발전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나라의 정치사에 족적을 남긴 인사들은‘ 자기를 위한 정치가 아닌 지역과 국가를 위한 정치’에 가치 철학을 두었다.
정치인은 국민이나 주민을 차별해선 안 된다. 자기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등을 돌리고, 굽신거리지 않고 오히려 심정 상하는 말을 한다고 해서 걷어차다 보면‘ 태산이나 바다를 이룰 수 없는 법’이다.
반대파든 찬성파든 모든 국민과 주민을 차별 없이 포용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비롯된 감정도 머릿속에 남겨둬선 안 된다. 포용의 힘이 웅장한 태산을 이룰 수 있고, 거대한 바다를 이룰 수 있는 법이다.
이사(李斯)의 상소문인 간축객서를 읽고 감동한 진(秦)나라의 왕이 오히려 추방의 위기에 놓였던 이사를 숭상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한 용기와 지혜, 혜안과 포용력을 곱씹어 보기 바란다. 그러한 리더의 철학이 중국 주나라 당시 제후국의 하나에 불과했던 소국인 진나라를, 중국을 최초 통일한‘강국’으로 거듭나는 힘으로 작용했지 않은가.
지방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웅장한 것이며,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이치”를 곱씹어 보기 바란다.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지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