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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세월을 초월한 어머니의 사랑, 시와 시화에 담다... 85세의 금계영 여류 노시인의 화보집 ‘아지랑이 이는 정원에서’

김경홍 기자 siin0122@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1.13 15:02 수정 2024.11.13 18:24

고향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월리(구미시청 전직 공무원 이원정(규현)씨의 어머니)
2010년 71세 등단⇁2009년 수필집 ‘계영의 뜰’⇁2010년 시집 ‘꽃씨 배달’⇁2020년 시집 ‘나의 스승’

↑↑ 금계영 시인
[사진 =K문화타임즈]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김경홍 기자] “아무나 바칠 수 없는 것/ 누구에게나 바칠 수 없는 것/ 자기를 위해서 더더욱 바칠 수 없는 것/... 생이 다할 때까지/ 기꺼이 바칠 수 있었던/ 어머니의 사랑....”금계영 시인의 시 ‘사랑이란’ 中에서

70줄의 황혼기인 2010년 봄 종합문학계간지 ‘서울문학인’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중앙문단에 등단해 세상에 진한 감동을 남긴 금계영 시인(1938년생, 85세)이 2024년 5월 시와 시화를 담은 화보집 ‘아지랑이 이는 정원에서’를 펴냈다. 한국문단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고령 여류시인의 역작이다.

‘행복을 그리다’,‘보내기 아쉬운 시간’,‘여로’,‘소풍길-빙산의 일각’,‘금촌의 달밤’, ‘어머니의 사랑’ 등 6개 단락으로 나뉘어 시와 그림을 담아낸 150여 편의 화보집 ‘아지랑이 이는 정원’에서도 끝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저를 시집 보내시던 날/ 어머니의 눈가에 이슬 지우시고/ 태양같은 사랑으로/ 소한의 추위도 물러간/ 따사로운 날이었지요/...아버지 안 계시니/ 상객 가실 분이 없어/ 가슴 태우시고/ 어린 딸 잘 살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시던 흐느낌/...덕분에 오늘까지/ 잘 참고 살고 있어요/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금계영 시인의 어머니 사랑 中에서)

 

↑↑ 금계영 시인
[사진 =K문화타임즈]
↑↑ 남편과 함께, 금계영 시인
[사진 =K문화타임즈]

금계영 시인의 세계는 늘 어머니 사랑을 향해 있다. 그 사랑을 배달하는 전달체가 꽃씨이며, 꽃씨가 풀어올린 꽃이 바로 어머니의 사랑, 그 모습이다. 그래서 시인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마치 ‘꽃 같은 사랑’이었으면 한다고 호소한다
.
“진지하고 진솔하게 관조하는 삶을 시상에 투영한 금 시인의 작품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시가 왜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시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최규판 전 원광대 명예교수)
“시 구절구절에는 삶을 사랑하는 소녀적인 신선한 아름다움과 샘물처럼 투명한 삶의 흔적들이 사람 냄새를 피워내며 곱게 녹아 흐르고 있다”(소설가 정완식)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금계영 시인
2010년 10월 시집 ‘꽃씨 배달’ 출판기념회에서 금 시인은 그날 인사말을 통해 “18세의 나이로 시집온 지가 60년의 세월이고, 그 세월은 그냥 가질 않고 젊음도, 건강도 데려가고... 어느덧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리게 했다. 세상을 야생화로 물들이고 싶듯 진솔한 사랑의 철학이 살아 흐르는 시를 써 내리면서 여생을 소중하게 가꿔나가겠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황혼을 향해 걸어가는 노시인이 깊은 사색과 사색 속에 자멱질 해 거둬 올린 시편들은 그 구절구절들이 진솔하고 진지해 진한 감동을 낳게 한다. 금 시인의 사고는 늘 자연으로 향해 있고, 그 속에서 삶의 해답을 찾으려고 몸부림친다. 그래서 시편을 그려내는 무대는 야생이 살아있는 자연이다.
금 시인은 세상이 쉽게 보아 넘기는 유무명의 나무와 꽃들에게 사고를 집중시키고, 그 속에서 생명과 사상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사물과 현상에는 본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본질은 사하라 사막 속에서 바늘을 찾는 노동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고행의 과정이다.

그 고행의 과정을 통해 건져 올린 것이 바로 사랑과 진솔함이 우러나오는 꽃씨 관련 혹은 꽃 같은 시들이다. 이 속에는 금 시인이 살아오면서 겪은 다사다난한 인간사의 단면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세상살이는 보편적이면서 보편적일 수 없는 부조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금 시인의 시편을 읽다 보면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기쁨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인이 황톳길 같은 시편들 속에서 희로애락을 표출하고 있지만, 지향하는 종착역은 사랑을 주춧돌로 하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에 있다는 점이다.

울련산 정기 서린 경북 영양군 신원리에 18세의 나이로 시집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노시인은 ' 세상은 그냥 가질 않고 젊음도, 건강도 데려가고... 어느덧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렸다'며 세상을 허무적으로 관조하기도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출발한 삶을 중시하면서 어머니의 품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해 부단히 자신과 싸우고 있다. 시인이 갈망하는 어머니의 사랑 혹은 삶은 개인주의가 철저히 배제된 휴머니즘이어서 더욱 감동을 준다. 그래서 금시인의 만들어낸 시편들의 본질 속에는 늘 사랑이라는 알곡이 자리하고 있다.

어머니가 물려준 사랑을 세상에 수놓기 위해 살아온 날들의 일화가 시라는 화폭 속에서 때로는 끈적한 인연을 통해, 때로는 이름 없는 한 포기 풀을 통해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이름을 빌려 표현되고 있는 시편들은 그래서 진한 감동을 준다.

 

↑↑ 아지랑이 이는 정원에서, 표지


⇁금계영 화보집 ‘아지랑이 이는 정원에서’ 본 시와 화보

 


행복을 그리다

지나가다가/ 예쁜 돌 만나며/행복의 나리를 편다/...돌 씻어 놓고/ 물감 묻은 붓이/ 왔다 갔다 춤을 추면/...숨어 있던 것들/ 살아난 것처럼/ 바꿔논 모습 행복하다/

 



보내기 아쉬운 시간
멈출 줄 모르는 시간에 /나이는 그냥 따라 올려놓고/ 세월이 가는 만큼 내 모습은/ 그 세월 흐름을 일깨워 주고/...할 일은 태산 넘어 평지를 볼진대/ 시간은 왜 이리도 화살 같은지/ 한평생 구상했던 그림들/...화폭에 진경으로 옭기려면 /지금 이 시간 진취의 기상으로 / 한 치 아쉬움 없이 보람 있게

 



여로
삶의 무게에/짓눌린/맛을/... 이제 조금/ 혀끝에 와닿는/쓸쓸함을/...가을 하늘/드높은 구름으로/그림을 구상하다가/...야 아....../ 마무리를...../”......“

 


소풍길 –빙산의 일각
별빛마저 마음대로 못 보던 시절/ 창살 없는 감옥에서 겪은 고초들/ 지우개로 싹싹 지워 없애 버리고/ 용서하고 참아 보면 통쾌한 기분이 들더라/...추억의 한 토막에 햇살이 펴질 때/ 젊음은 저 만큼에 퇴직시키고/ 노후는 건강하게 지내려고 고심인데/ 세월은 쏜쌀같아 이팔청춘 다 갔더구나/...교통비도 내지 않고 가는 세월은/ 벌금마저 내지 않고 멋대로 가니/ 바보 청춘 따라가고 백발 노구이니/ 부모님의 은덕으로 꽃길로 걸어 보답하세/...수많은 소풍 친구들이여-

 


금촌의 달밤
옛집 앞 느티나무에 /초승달 걸려있고/ 하늘을 수놓던/ 별들이 쏟아져 내려/ 수정 같은 옹달샘/ 소복소복 채워 주던 달밤/...냇가에 밤을 빌려/ 달빛이 내려 깔려/ 물속에 수놓던 별들/ 애닯은 은은한 달빛/ 그 모든 건 어린 시절/그 옛날의 꿈이었나 봐

 



어머니의 사랑
저를 시집 보내시던 날/어머니 눈가에 이슬 지우시고/태양같은 사랑으로 /소한의 추위도 물러간/ 따사로운 날이었지묘/... 아버지 안 계시니/상객 가실 분이 없어/ 가슴 태우시고/ 어린 딸 잘 살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시던 흐느낌/...덕분에 오늘까지/ 참 잘 살고 있어요/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는 더더욱/ 어머니 계신 울련산 바라보며/ 생전의 모습으로 위로를 받는답니다/...아지랑이 이는 정원에/ 새소리 타고 온 꽃소식/ 싱그러운 녹음에 안겨/ 산길에 걷던 즐거움/... 까만 까만 눈망울/ 고사리 손들이 / 세상을 헤치고 우뚝 선 기쁨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 어머니께 구경 참 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

 

↑↑ 금계영 시인의 영양집

↑↑ 집 앞에서 금계영 시인

[주요 문예 경력]
영양문협 회원
경상북도 주부백일장 시부분 차하
경상북도 주부백일장 시부문 우수상
종합문학계간지 서울문학인 시부문 신인상
수필집 ‘계영의 뜰’
시집 꽃씨 배달
시집 나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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