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던
눈먼 어머니
객지로 나가는 아들이 마냥 안쓰럽던 어머니가
호롱불 밑에서 터진 양말을 깁던 그때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향⇁2
이고 온 사랑 부려놓던
늙은 어머니
손끝에 달려온 어린 동생은
손때 묻은 대추 알 몇 개 쥐여주며
멀뚱멀뚱 방을 나갔다
누나를 시집 보내고 오는 고갯마루
자주 뒤를 돌아보는 어린 아들에게
쌀 포대를 머리에 인 어머니는
다가서면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라며
조용히 타이르곤 하셨다
내게서 떠난 유년이여
나도 몰래 내가 버린 고향이여
내게서 네게로 그리움이 흘러도
나는 늘 메말라 있다
네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강물이 흐르듯
마음에도 유년의 추억이 강물로 흐른다고
조용히 내게 귀띔해 주고 싶다
그리운 것들은 길 위에서 더욱 그립다
애써 지운 그날의 추억도
맑은 햇살처럼 곱게 떠올라
길 위에서 더욱 그립다
그게 그리움의 울음인 줄 몰랐다
파랗게 물이 오른 음계를 밟고 오는
노래는 얼마나 그윽한 향수이던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따스한 손길 내민 적이 없었네
동구 밖에 오래오래 앉아
능선처럼 외로운 어머니는
담배연기 말아 올리던 늙은 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