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문화

[새벽편지] 고향가는 길... 늦가을, 무을 안곡리에서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1.04 23:54 수정 2024.11.05 08:13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글·발행인 시인 김경홍 /사진· 시인 고은정]



고향⇁1

 

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던
눈먼 어머니
객지로 나가는 아들이 마냥 안쓰럽던 어머니가

 

 

 

호롱불 밑에서 터진 양말을 깁던 그때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잠에서 깨어보면 스쳐 지나는
깊은 산에 불빛 한점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릴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고향⇁2

이고 온 사랑 부려놓던
늙은 어머니
손끝에 달려온 어린 동생은
손때 묻은 대추 알 몇 개 쥐여주며
멀뚱멀뚱 방을 나갔다



추억의 능선에
그리움이 가을잎으로 내린다



고향⇁3

 

누나를 시집 보내고 오는 고갯마루
자주 뒤를 돌아보는 어린 아들에게
쌀 포대를 머리에 인 어머니는

다가서면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라며
조용히 타이르곤 하셨다

 



다가서면 다가서는 것이
사랑일 줄 알았을 때
내게서 떠난 사랑은
길을 간만큼 멀리에 있고

떠나온 나는 또 걸어온 만큼
아득히 멀리 와 있다

 



때로는 거짓이 사랑인 줄 알았을 때
눈시울 붉히던 어머니는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

 


고향⇁4


내게서 떠난 유년이여
나도 몰래 내가 버린 고향이여
내게서 네게로 그리움이 흘러도
나는 늘 메말라 있다

네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강물이 흐르듯
마음에도 유년의 추억이 강물로 흐른다고
조용히 내게 귀띔해 주고 싶다

 



고향⇁5


그리운 것들은 길 위에서 더욱 그립다
애써 지운 그날의 추억도
맑은 햇살처럼 곱게 떠올라
길 위에서 더욱 그립다

 



고향⇁ 6 (단풍)

 

그게 그리움의 울음인 줄 몰랐다
파랗게 물이 오른 음계를 밟고 오는
노래는 얼마나 그윽한 향수이던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먼 기억의 골목 어귀에 앉아 있는
풍경들이 아련히 떠오르다 사라지곤 했다
타향에 살면서 그것이
울음인 줄 몰랐다

 




내 생이 시작된 그곳에서
나에 대한 어머니의 눈물도
아버지의 기침도 그와 같았을 것이다

 


고향⇁7


따스한 손길 내민 적이 없었네
동구 밖에 오래오래 앉아
능선처럼 외로운 어머니는
담배연기 말아 올리던 늙은 아버지는

 

 



아, 말려오는 그리움을 삼키고 삭이느라
깊은 밤을
오래오래 우셨겠네

 

 








저작권자 K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