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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벽편지] 구미시청이 낳은 고독한 시인詩人 엄상섭...‘인생, 후반전이 더 바쁘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1.04 03:43 수정 2024.11.04 03:52

↑↑ [사진 제공=엄상섭 시인]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고독孤獨, 흔히 말하듯 외롭고 쓸쓸한 삶의 의미가 아니다. 내면의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가열찬 삶이라고 해야 옳을 듯 싶다. 엄상섭 시인이 그렇다.

9급 공무원으로 시청에 발을 들여놓은 서기관 출신 엄상섭 시인, 구미시청 재직 중 ‘서울문학인’으로 등단한 지 10여 년 만인 2024년 10월의 늦가을 밤, 그가 첫 시집 ‘내일도 그 길을 가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알곡 같은 77편의 시가 담긴 시집을 건네주고 돌아서는 시인의 앞길에는 늦가을을 뒤덮은 단풍잎이 빨갛다. 그리고 그 속으로 붉게 물든 노을이 밀물졌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구미시청과 함께해 온 삶이었다. 어쩌면 파노라마와 같기도 한 지난날, 삶의 구석구석을 헤치고 들어간 엄 시인은 그 속에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단편들을 시라는 도구를 빌려 애절하게 건져 올린다.

총무과장이던 시절 인사발령을 앞둔 밤에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하룻밤을 넘기면 중이 한 장을 집어 들고 한켠에서는 웃고 또 다른 한켠에서는 눈물을 지어야 할 동료 공무원들, 지금도 그는 그 당시의 심적 고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인은 그 아팠던 마음을 이렇게 꺼내 들었다.

“종이 한 장에/ 광평 복개천엔 울고 웃는/광란의 밤이 올 것이고/붉은 피 한 움큼 토악질하며/소리없이 눈물을 쏟아낼 것이다/... 미움으로/ 원망으로 얼룩진/한참을 텅 빈 공간에 빠져든 날/...종이 한 장을 들고서/ 엄시인의 시, 종이 한 장의 무게- 인사발령을 앞두고 中에서”

 

↑↑ [사진 제공=엄상섭 시인]

공정한 인사, 대부분이 수긍하는 인사를 할수록 “ 광평 복개천에 울고 웃는/광란의 밤”이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인은 시집에서 또 상관의 불공정 때문에 아팠던 악몽은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며, 한 편의 시 속에 응어리를 토해내면서 지금은 용서릏 해 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간혹 /마비된 감각을 뚫고/들려오는 천둥소리에/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있을 뿐/ 한참 비 오는 길을 걸었다/... 곧/ 돌아갈 거야/ 비틀거리는 마음을 다 잡았다/ 하염없이 비는 내렸다/ 널/ 용서해 줄 수 있을까 /엄상섭 시인의 시, 용서 中에서”

 

↑↑ [사진 제공=엄상섭 시인]

시인은 강하지만 연약하다. 연약하면서도 강한 내면을 가진 소유자이기도 하다. 삶의 출발이 어땠길래 그를 내면이 고운 삶으로 길러냈을까.
“노을 진 들길 걸어오시던/고단한 아버지/문턱에 턱을 괴고 앉은/ 내 유년/ 타박타박 걸어 들어오는 /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꽃 피우고/열매 맺었을 때/ 아버지는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엄상섭 시인의 시 ‘나를 키워준 것’ 中에서”

그리고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긴 겨울 밤이면/ 자장가를 불러주시며/곱게 빚은 그 곶감을 /입속에 넣어주시던 어머니/...늦가을 바람처럼 능선 저편으로/ 떠나가신 어머니...”를 찾아 인생의 후반을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는 길은 늘 숨 가쁘다. “때때로 밤을 지새우며 시를 쓴다는 시인”이 가는 길은 아름다운 삶을 위한 도전의 여정이다.
“한참을 걸었다/ 무수한 풍경들/후드득 가슴에 쏟아진다/심장이 뛴다/... 낯선 떨림마져 안고 싶다/ 길을 가는 이유다/... 그래서 내일도/그 길을 간다/ 길 위에 꿈이 숨 쉰다/ 엄상섭 시인의 시 ‘내일도 그 길을 가다’ 中에서”


↑↑ [사진 제공=엄상섭 시인]

구미시청이 낳은 고독한 시인詩人 엄상섭, 그에겐 ‘인생, 후반전이 더 바쁘다. 밤마다 그는 시를 쓰기 위해 신열을 앓는다. 간밤도 그랬으리라.“긴 밤은/ 사념을 낳고/ 생각의 끝은 말갛게 여명이 닿기도 전에 허상으로 남았다/썼다가 /지워 버리고/ 찢어버린 무수한 날들로 몸살을 앓았다/...투박한 땅에서도 걸어나올 꽃망울을 위해 시詩를 위해서 / 2024년 10월 산촌 엄상섭의 시인의 말 中에서”

→주요 약력
경북 선산 출생
전 구미시청 정책기획실장
전 구미시설공단 이사장
대통령 표창 2회
녹조근정훈장 수훈
시인/서울문학인으로 등단
구미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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