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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편지] 강 건너 숲속은 아름답지만... 우리네 삶도 그렇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0.23 20:48 수정 2024.10.24 05:42

K문화타임즈 2024년 창간 기념일에 생각한다

↑↑ 구미시 고아읍 강정숲
[사진 = 시인 조경래]

[분석 기획 컬럼 전문매제 k문화타임즈] 최근 A씨를 만났다
고급 승용차에다 부동산까지 소유한 부자였다. 필자가 안부를 여쭈었다.
“성공하신 삶인 것 같아요. 자제들도 모두 사회에 나가 성공하고, 사업도 잘된다면서요?”
잠시 시선을 금오산 능선 너머에 둔 얼굴에 먹구름이 흘렀다. 그리곤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자식요, 두어달째 전화 한 통 없어요. 손녀, 손자를 보고 싶지만...직원 4대 보험도 제때 내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최근에는 전세를 전전한다는 B씨를 또 만났다. 이마엔 주름이 가득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흘렀다.
“마음을 비웠습니다. 삶에 내일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여기가 바로 삶이 아닙니까. 삼시세끼 거르지 않으면 되지요. 아득바득 살아봐야 돈을 싸 들고 갈 것도 아닌데요. 뭘.”

문득 한편의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임종이 임박한 만석지기 부자가 자식들에게 주문했다.
“이 아비가 죽으면 관 양쪽에 구멍을 뚫고 양팔을 밖으로 꺼내거라. 공수래공수거가 아니더냐”

강 건너 숲속은 아름답다. 하지만 숲속으로 들어가면 밑동은 상처투성이다. 어떤 나무는 우람하지만, 깊은 상처 투성이고, 어떤 나무는 볼품이 없지만 상처가 덜하다. 상처없는 나무가 어디 있으며, 상처없는삶은 또 어디 있으랴.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 우리네 삶도 각양각색이다.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아픔이 큰 경우가 있고, 불행할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작은 아픔을 안고 오순도순 살아간다.

겨울로 들어서면서 세상을 하직하는 이들이 많다. 세상과 이별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삶, 그 기막힌 길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없다고 있는 이들 앞에서 기죽거나 가슴앓이할 일도, 있다고 거들먹거릴 일이 아니다. 고유명사로 태어난 우리는 모두 세상과의 이별이라는 보통명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어렵고 힘든 시절이다. 하지만 행복하기만 한 시절이 어디 있었으랴. 행복한 사랑의 공동체, 많으면 나눠 갖고 없으면 없는 만큼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었으면 한다.
금오산 넘어 한기가 몰려온다. 추울수록 끌어안아 주는 삶. 있거나 없거나 간에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삶. 그 따스한 체온을 안고 2024년을 보냈으면 한다. 차분하게 2025년을 계획했으면 한다. 서로서로를 사랑했으면 한다. 우리네 부부들도 그랬으면 한다.

 

 

↑↑ 구미시 고아읍 강정숲
[사진 = 시인 조경래]


‘사랑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더라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보니 그렇더라

사랑은
장롱 속에 숨겨놓을 게 아니더라
마치 보물단지처럼

꺼내놓고 물 쓰듯
아주 펑펑 써버리는 것이
사랑이더라

물 젖은 아내의 손을 잡아주고,
늘어진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연인처럼 마음 설레이는 첫사랑처럼

살면 얼마를 더 살고
누리면 얼마를 더 누리겠나
사랑은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더라

마시고 싶은 술을 덜 마시고
보고 싶은 영상들, 뉴스들...
덜 보면서

찻잔을 마주하고 앉아
첫사랑처럼
설레던 첫 만남의 그날처럼

(김경홍 시인의 시 ’사랑은 먼 데 있는 아니더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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