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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24 – 변명을 훔치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0.22 07:43 수정 2024.10.22 10:55

된장 뚝배기에 숟가락 함께 들락거리는 건
왠지 께름칙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처럼
공중화장실 변기에 그냥은 엉덩이 걸칠 수 없어
일회용 변기 커버 한 장을 훔쳤다

종이 한 장 훔치는데도 죄를 알아 벌렁거리는 심장
꼬깃꼬깃 접어서 가방 속에 넣은 종이
왜 그리도 버석거리던지

콩닥거림 속에 야릇한 희열이 생겨났다 

얼마 전까지 기마 자세로 엉거주춤 서서
배설하던 내 모습을
눈 맑으신 하느님은 축은한 듯 내려다보지 않으셨을까

이제 일회용 변기 커버 한 장을 슬쩍 마련했으니
전국 어느 공중화장실이라도
한번은 맘 놓고 고독을 즐길 수 있겠다

몸에서 나온 뜨끈한 찌꺼기
슬그머니 내려놓을 때
변기 속 원심력은 내 비밀을 채간다

다음은 걸터앉을 누군가를 위해
물은 또 어디론가 흘러가리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 작가]

이복희 시인→→→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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