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 발행인 김경홍] 5대 의회 구미시의회 의원들은 유독 구미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특히 이들은 시립박물관이 없는 구미가 타지역 박물관에 구미유산을 언제까지 맡길 것이냐며, 시립박물관 조기 건립을 요청했다. 이러면서 타지역 박물관에 맡겨놓은 구미의 유물의 ‘보관 성격’을 면밀히 확인하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민선 구미시의 무반응으로 공염불이 됐다.
유산을 그냥 넘기는 의미의 기증寄贈이냐, 잠시 맡겨두는 의미의 기탁寄託이냐를 확인해 보라는 취지였다. 기증일 경우 상대방의 양해 없이는 돌려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탁인 경우 돌려받을 수는 있더라도 그간의 관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재무적 책임이 따른다.
실례로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지은 오언율시를 황기로 선생이 고아읍 예강리의 매학정에서 초서로 쓴 보물 제1625-1호 초서가행 草書歌行을 비롯한 보물급 2점 등은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기탁이 아닌 기증이다.
황기로 선생의 유묵은 딸과 혼인 관계를 맺은 덕수 이씨德水李氏 옥산공파 중손댁에서 전해지다가 2007년 강릉시 오죽헌시립박물관에 기증했다. 구미시에 유물을 보관할 수장고(박물관)가 없다는 이유였다. 따라서 오죽헌박물관 측의 양해 없이는 고산 선생의 유물을 반환받을 수 없다.
구미시는 1969년 9월 1산단 착공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 5산단 2단계 착공에 들어갔다. 구미산단 조성을 위한 시굴 과정에서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무더기 쏟아져 나왔지만, 조상의 얼이 서린 문화유산을 보관할 시립박물관 건립은 역대 구미시장과 정치인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일반산단과 혁신도시 조성을 위한 시굴 과정에서 무더기 쏟아진 유물들을 보관하기 위해 착공 3년 만인 2020년 시립박물관 개관을 한 김천시와 비교하면 ‘낯부끄러운 구미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일반산단 1단계 조성 이후 출토된 역사 유물을 보관하기 위해 13년 만에 시립박물관을 개관한 김천시와 27년 전인 1967년 1산단 조성을 시작으로 소중한 역사 유물들이 출토되는 가운데도 시립박물관 건립에 뒷전을 둔 구미시, 역대 구미시장과 정치인들이 과연 뭘 했느냐는 역사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러한 시민적 비판은 혁신도시, 경북도청, KTX, 물류센터를 김천과 칠곡, 안동에 뺏겼다는 여론으로 확산하고 있다. 고향이 있어도 고향에서 편히 쉴 수없는 지도자들이 구미에 존재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수구초심,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잘 나갈 때 나보다 시민, 지역을 고민해야 한다. 가까이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 멀리는 노무현 생가를 찾는 인상적인 풍경을 보면서도 사후를 깨닫지 못한 일부 구미 인사들의 처사가 서글프다. 사익에 눈이 멀어 구미를 외면한 일부 전직 시장, 일부 국회의원들, 구미를 떠나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구미행정 관여설'을 만들어 내는 특정 인사, 뼛속까지 아리는 노후와 함께 자성하면서 구미시민들에게 반성문을 제출하기 바란다. k문화타임즈는 반드시 그 실태를 고발할 것이다.
말이 흘러나갔다. 구미 문화유산 대부분은 영남대와 대구대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고아읍 봉한리에서 발굴된 금동여래입상, 금동 보살 입상 등 3점은 국립 대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도리사에서 발굴된 금동 육각 사리함 1점은 직지사 성보박물관, 해평면 낙산리에서 발굴된 낙산고분군 출토 유물 466점은 대구 가톨릭대학교박물관, 구평동 택지개발지구에서 출토된 유물 51점은 국립중앙박물관, 선산읍 덕촌리 일원에서 발굴된 중부내륙고속도로 출토 유물 86점은 한국문화재보호센터,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서초 예정부지 출토유물 533점은 대구대학교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뿐이 아니다.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상동 주유소 부지 출토 유물 34점은 영남문화재연구원, 도량동 일원에서 발굴된 도량동 택지개발지구 출토 유물 14점은 영남문화재연구원, 인의, 진평동 일원에서 발굴된 인의진평토지 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73점은 대구대박물관, 해평 길씨 문중에서 발굴된 숙종 대왕 어필시 1점은 국립 중앙박물관, 산동면 인덕리에서 발굴된 산동생태숲조성 사업부지 출토 유물 8점은 국립중앙박물관, 고아읍 문성리에서 출토된 문성리 토지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120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각각 위탁 보관하고 있다.
이 외에도 4공단과 확장단지, 5공단 조성 과정에서 출토한 수많은 역사 유물이 구미의 품을 떠나 타지역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실정이다. 이후에도 출토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천5백 점이 넘는 구미의 소중한 역사 유물들이 타지역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제조업에 젖줄을 대고 살아온 구미는 관광산업으로부터 또 하나의 곳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전국 지자체의 핵심 트렌드이다. 이를 미리 간파한 민선 8기 김장호 구미시장은 2024년 구미시립박물관 계획안 수립에 이어 2025년에는 타당성 용역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1995년 민선시대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획기적인 시책사업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러니, 김장호 시장이 '고집이 세지만 일은 잘한다'는 말이 나온다. 바른 일을 위해서는 고집도 필요한 리더의 가치다.
2024년 출범한 문화재단도 이러한 트렌드에 선수를 치는 혁신적 각오로 임해야 한다. 구미의 역사 유물을 보존, 계승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광산업 중심도시로서의 출구를 모색하는 민선8기 시책에 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문화원이나 예총, 시 본청 해당 부서의 업무를 차용하겠다는 발상은 금물이어야 한다.
문화재단은 일차적으로 문화 융성의 근본을 역사유물의 발굴, 보존 혹은 보전, 계승에 중점을 두는 업무에 무게를 둬야 한다. 이차적으로는 문화유산을 부가가치화 함으로써 장차 문화관광재단으로 간다는 실용적 존재 가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 새롭게 구성 운영되는 구미시의회 문화환경위원회는 이점에 무게를 두고 닦달할 필요가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의 추진 계획대로라면 시립박물관은 2~3년 후에는 개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맞물려 타지역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구미유물의 보관 상태, 보관 성격, 반환을 위한 협약서 체결 등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제조업과 관광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도시, 구미시민이 한결같이 바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떨이가 꽃병이 될 수도 있다’는 고정관념의 극복이 전제돼야 한다. 관건은 내가...나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가, 구미라는 공동체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가치관 정립이다.
월급이나 챙기겠다는 에고이즘은 '시민이 행복한 구미시'를 훼방놓는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