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린 조기 한 마리
달궈진 불판 위에 올린다
가로로 칼을 맞고도
뒤집을 때마다
바다를 헤엄치던 습관으로
꼬리지느러미 파닥거린다
뜨거움을 번갈아 맛본 등짝
흐르는 대로 흘러가자는 잠행인지
온몸이 고요하다
고단한 몸이
유선형으로 굳어가는 골격을 이끌고
뉘엿뉘엿 집으로 돌아온다
식탁에 앉은 남자
덥석, 조기대가리부터 분지른다
심해를 유영하듯 움직이는 젓가락
남자의 쉰다섯 번째 미소가 비릿하다
바다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남자와
바다를 순순히 내어준 조기 사이에서
여자는 꼬리에 남은 바다의 냄새를 맡는다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