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이 넘은 나이에도
당신 그늘에서 세상이 잘 보입니다
당신이 내준 그늘에 들어서면
세상을 향해 날 세웠던 가시도 숨을 죽입니다
그 그늘 야금야금 파먹으며 편하게 살면서
왜 그늘이 작냐고 투정만 부렸습니다
당신 얼굴 뙤약볕에 타들어 가도록
그늘을 만드는 건 당신의 몫이라 여겼습니다
웅크린 등, 뿌리 드러나고 이젠 엉성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빠진 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말인가요
타박타박 사막을 걸어온 낙타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솟구친 광대뼈 꺼먼 가죽만 남은
아버지,
너무 마르셨어요
여든다섯 해 햇볕 쬐었으니 마를 만도 하겠지요
갈 길 재촉하는 가을,
바람이 등을 밀어내는 씁쓸한 오후
누가 당신에게 그늘을 내어줄까요
↑↑ 이복희 시인 [사진 출처 =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