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편지= 발행인 김경홍] 출중한 능력의 목수라도 혼자서 집을 지을 순 없는 법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그래서 다소 능력이 뒤쳐질지라도 세 명의 모여 머리를 맞대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게 되는 법이라고 하질 않던가. 그래서 문수의 지혜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를 운영하는 중앙정치나 지방자치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높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단적 사고와 가치관이 국정 운영 철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명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문수의 지혜’를 빌릴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가치를 잊고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상대의 지혜를 빌리겠다는 겸손지덕과 소통을 멀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불행이다. ‘문수의 지혜’의 가르침을 멀리하면 결국 자신은 물론 국민이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아주 상식적인 이치를 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다. 칠 년 넘는 권력이 없고, 열흘 넘게 피는 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멀리한 채 현재의 권력으로부터 쾌락을 찾으려고 한다면 여생은 불행일 뿐이다.
구미도 매한가지다. 통합신공항 배후도시로서의 최대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구미는 대구취수원 구미이전으로부터 불거진 내우외환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심지어 ‘낮은 산에 집착하면 높은 산에 오를 수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를 뒷전으로 미뤄둔 채 연일 포화를 내뿜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민생고의 터널을 힘들게 걸어 나가고 있는 구미 민심의 심정을 상하게 한다. 홍 시장의 여생이 안타깝기만 하다.
구미 정치도, 행정도 ‘세 명의 모여 머리를 맞대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게 된다’는 ‘문수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하지만 그 세 명은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사고와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맘을 잘못 먹으면 ‘세 명의 머리’가 ‘배가 산으로 가게 하는 오류’를 범하는 힘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젊은 날을 불사른 삶들 대부분은 60 고개를 넘어서면 ‘죽음’과 맞서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어리석게도 객체의 ‘생명은 영원하지도, 한번 떠나면 돌아올 수도 없다’는 진리와 맞서는 것이다.
11월 초, 가을 산이 곱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가을 산은 가슴을 울컥거리게 하는 아름다움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것들은 ‘머지않아 떠날 생명’의 한계와 맞서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 강 건너 숲속으로’를 다시 한번 읽고픈 가을날의 오전이다.
그러므로 내 이익을 위해 남을 해롭게 하거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단적, 독재적인 사고 가치관에 갇혀 상대와 공동체에 해로움을 끼칠 일이 아니다. 늦가을 산 아래서 우리는 모두 허약한 존재들이 아니던가.
능력의 차는 ‘종이 한 장의 차’에 불과하다는 겸손지덕, ‘혼자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불완전한 존재의 인식으로부터 소통의 힘을 빌려야 한다.
‘세 명이 머리를 맞대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 있다’는 문수보살의 지혜..., 가슴 깊이 들여다 놓고 머지않아 가고 없을 가을 산을 걷는 일정도 좋을 듯싶다.
봉곡동 골목에서 올려다보는 금오산이 늦가을 아침 햇살을 받아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