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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벽 편지] 늦가을⇢ 먼 산 어머니▪4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2.11.08 02:29 수정 2022.11.08 02:42




잎이 삶 저편으로 떨어진다 떨어진다는 것은
멀어진다는 것인가
저물 무렵 봉곡동 이팝나무 거리를
걷는다 하염없이 걷다가 가을을 줍는 노파를
만났다 문득 어머니인가 싶었다

세월이 흘렀다 고교 자취 시절
먼 산을 넘어온 어머니는 김치 몇 포기와
자그마한 살 포대를 조용히 내려놓고 등을 돌리셨다
그 등허리에 달라붙은 내 동생 꼬깃꼬깃한
밤 몇알 내 주머니에 조용히 집어넣고

지그시 눌러댄 눈물 속에  잠이 들었다


그날도 가을인가 싶다

이파리를 털어내는 늦가을 오후 길을 걷는다
걷고 걷다가
멀리 산을 올려다본다

가물거리는 불빛 한점 달려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장년의 나이
이제 나도

가을을 닮아가면서 너무나도 빼닮으면서   
어미, 아비가 되는 것인가 현관문에 놓인
새끼들의 신발이 문득 떠올라 

 

먼 산을 버린다

먼 산 어머니

 

<김경홍/k문화타임즈 발행인,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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