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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안동의료원 강은희 간호사의 코로나 840일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2.06.29 14:09 수정 2022.06.29 14:13

병동 불을 끄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동의료원 간호팀장 강은희입니다.

840여 일 동안 코로나 전담병동으로 사용했던 병실을 정리하고
텅 빈 코로나 병동 불을 끄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처음 격리병동 시작을 하면서 곧 끝나겠지 하는 마음과는 달리 장기화가 되면서 2년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코로나와 싸워야 했습니다.

2020년 2월 초...
코로나 환자가 입원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2월 25일부터 모든 부서가 코로나 환자를 돌보기 위해 투입이 됐습니다.
생소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앞에 의료진들은 불안감으로 방호복을 입기 시작했고, 처음 환자들과 접할 때 그 불안한 마음과 떨리는 마음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 같은 일상은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과도 그런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나로 인해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이 감염될까봐..
떨어져 있어 보기도 했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평범한 일상은 어느덧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TV에서는 코로나19 최선에서 일을 하는 영웅, 전사라고 매일매일 응원을 하고 치켜세워 줬지만, 무섭고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우리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병동에 들어가서 일하고 나오면 흠뻑 젖은 땀과 지쳐있는 모습, 얼굴에는 수많은 자국이 남아 서로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또 해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서로 위안삼기도 했습니다.
힘을 내라고 응원해주는 메시지와 지원 물품을 보면서 가슴 한쪽 울컥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했지만 또 다시 일어서서 치열한 의료 현장에서 일한 모든 의료진과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지금은 자다가도 일어나 눈을 감고도 입고 벗을 만큼 익숙해진 코로나의 상징 방호복...
2년여가 그렇게 훌쩍 지나갔습니다.
돌아보면 아쉽고 마음 아프고 치열한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한층 성장한 기회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간호사여서 난 너무 행복해... 친구들이 엄마가 간호사라고 하니 멋있다고 했어. 간호사라는 멋진 직업을 가진 엄마를 존경해”라고 하는 아이에 말을 들으면서 ...

내가 왜 간호사를 해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이에 이런 말은 또 다시 힘을 내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에 이렇게 간호사라는 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또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주저하지 않고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생긴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습니다.
재난에 가까운 코로나 상황이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웃고 힘들고 격려해준 선배님 후배님 감사합니다.
코로나 병동의 꺼진 불이 다시 켜지더라도 지금처럼 같이 라면 또 할 수 있을꺼라 믿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우리 모두에게 힐링이 되고 위로가 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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