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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 4.3 추념시] 그때도 동백은 이리 붉었습니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6.04.03 14:53 수정 2026.04.03 14:56

김영민 K문화타임즈 논설주간·구미 대구 YMCA 전 사무총장]





바람이 돌담 사이를 스치면
이름 없이 사라진 님들의 환영이
검은 현무암 틈에 스며
말없이 피어납니다.

그러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또 한 송이, 또 한 송이
다시 한 송이, 한 송이, 한 송이가
떨어지는 그 붉음은
누군가의 비명이었습니까?
아니면 마지막 기도였습니까?
삼식이는 아버지를 부르다 멈췄고
사준이 댁 엄마는 아이의 손을 놓지 못한 채
용두암보다 더 까만 어둠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또 하나, 둘, 셋 사라져 갔습니다.
소매로 감당할 수 없는 눈물을 닦으면서
결코 잊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바람이 혼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타들어 간 가슴처럼 구멍이 송송 뚫린
돌 위에 귀를 대어
그날의 가슴에 뛰는 소리를 듣겠습니다.

소리치고, 또 소리치고, 또 소리치고, 또 소리쳤습니다.
세 번씩이나 쿵, 쿵, 쿵 가슴을 치며 다짐했습니다.
용서를 입 밖에 내지도 못하도록
동백은 아직도 붉디붉습니다.

- 2026.4. 제주 4.3 기억의 뜰에서
-4.3을 생각하면서 네 번씩, 세 번씩, 연달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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