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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 4.3의 노래] 쫓겨 지낸 8년의 고독은 부질없는 짓이었을까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6.04.03 11:07 수정 2026.04.05 15:16

김경홍 시인의 가정사를 써내린 제주 4·3 연작시집 ‘인동꽃반지’ 중에서
제주 4.3 항쟁 78주기



↑↑ 반못굴입구에 있는 선흘리 4, 3 민간인 희생자 명단을 확대해서 보면 고달순, 고달옥, 고달평, 등 한집안 형제들이 몰살됐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마을 안에서 같은 형제끼리는 이름자에 돌림자를 쓰게 된다.
[사진 제공= 송기남 논설위원]

↑↑ 섯알오름 예비검속자 학살터. 위령비 앞에 노인의 검정고무신들은 끌려가던 그날의 흔적을 재현한 것이다.
[사진 제공 = 송기남 논설위원] *무단복제 DB 금지



[K문화타임즈 = 발행인 김경홍·제주 4.3유족회 회원·김창수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 →군인들은 차에서 내리는 민간인을 한 사람씩 물웅덩이 근처에 세워놓고 1열 종대로 서서 명령에 따라 한 사람 한 사람씩 총살했고, 쓰러진 사람들을 물웅덩이로 떨어뜨렸다. 이것이 섯알오름 예비검속 민간인 학살이다.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장장 7년 반 동안에 3만 5,000여 명의 제주도민 학살, 이승만 정권은 친일 경찰과 군인을 앞세워 무기를 지원하고 제주 도민에게 총구를 겨누게 했다.
7년 반에 걸쳐 벌어진 대학살사, 거대한 죽음과 항쟁을 어찌 몇 편의 줄거리로 다 설명하리오.
[제주 출신 송기남 K문화타임즈 논설위원 칼럼 중에서]

귀향•3
-아내의 노래


만남만이 사랑은 아닙니다
어떤 꽃은 멀리서 바라볼 때
꽃다운 꽃인 것처럼 우리의 사랑은
멀리서 바라볼 때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만남만이 사랑은 아닙니다
멀리서 바라보아야 우리의 사랑은
꽃처럼 아름답고
꽃처럼 아름다워야 사랑은
오래 남습니다


하산•1
-날아오르는 종달새야


산간에 눈발 흩날리고
삐라 뚝뚝 떨어진다
날아오르는 종달새야
내 죄명은 무엇이더냐
전향하면 살려준다는 최후통첩이
살아남아 부끄러운 목숨을 적신다

쫓겨 지낸 8년의 고독은
부질없는 짓이었을까
삶의 미련이 남아
세상으로 내딛는 하산길

발길 붙든 색동댕기 한 자락이
가는 길을 묻는다
누가 평온한 들녘에
죽음을 불러들였느냐
주인 없는 묘지의 억새
끄억끄억 그 까닭을 물어온다


반공 강연•2
-성산포에서


손수건 한 장 살며시 건네주고
돌아서는 눈물
여인처럼 나 또한 서럽다고
말할 수 없네
속으로 가슴 속으로 눌러 담은
젖은 눈빛 향해
가슴 속의 노래는 억새의 새순처럼
아직도 곱고 싱싱하다고 말할 수 없네

이 비극은 모두
우리들의 어리석음 때문이었다고
가고 없는 벗들을 원망해야 하나
오열을 가다듬은 성산포에서
모든 절망은 우리들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장문의 대본을 읽어내려야 하나

저 여인은 누구일까
알 수 없는 인연으로 왔다가
눈물로 돌아서는 저 상복
당신이 흐르는 눈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며

돌아서는 아내를 닮은
여인
어머니를 닮은
상복 입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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