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새벽을 걷는 출근길의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상가 자물쇠의 버튼을 누르는 부르튼 손이 잘게 떨린다. 건물 외벽에 붙여놓은 임대 안내문이 너펄거리고, 현관문에 들어선 장바구니가 신음을 토해낸다. 어쩌면 어둡고 외진 방 한켠에는 기출문제를 넘기는 어떤 청년이 있을 법도 하다.
어느 소설집에나 실렸을지 모를 작문이 아니다. 소설이 아닌 현실을 그려낸 우리 혹은 주변의 실제 이야기이다.
7월 임시회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신용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집행부가 제출한 1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원안대로 가결되었음을 알렸다.
예결특위 심사에 앞서 진행한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의원들은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해 다양한 항목에 걸쳐 삭감요망 의견을 냈다. 이들 중에는 지역균형에 반하거나 제정한 조례의 취지를 담아내지 못한 항목도 있었다. 자칫 낭비성으로 비질 사례도 없지 않았다.
이처럼 의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깔린 삭감요망 의견은 공감대를 얻기에도 족했다.
때문에 예결특위 심사 과정에서 삭감요망으로 분류된 항목을 재건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신용하 예결위원장과 위원들이 명분과 민생 중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느냐는 외나무다리에서 고심의 고심을 거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얼어붙은 방안에 훈기를 집어넣을 땔나무에 불을 붙이느냐, 아니면 야산에서 불법으로 벌목한 땔나무를 버리느냐’의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하지만 예결위원들은 실용적 판단에 무게를 실었고, 그 의지는 원안가결로 이어졌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논평이 있을 수 있겠으나 명분보다 민생을 우선한 1차 추경안의 원안의결은 평가되어야 한다. 불길 속에 휩싸인 집을 지켜내기 위해 주인 없는 옆집의 수돗물을 사용했다고 해서 세상이 삿대를 빼어 들 수마는 없잖은가.
그러므로 명분보다 어려운 민생을 위해 의원들을 설득한 신용하 위원장의 ‘아주 겸허한 정치력’과 예결위원들의 노력은 평가되어야 한다.
아울러 의회에 몰아닥친 공무원 폭행의 논란 속에서도 안정된 의회 분위기를 의연하게 지켜내고 있는 박교상 의장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의회가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면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명분보다 민생을 우선하는 1차 추경예산안 원안 의결도 가능하지 않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