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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도려내려는 듯 겨울 한파가 달려들고 있었다. 새벽 햇살이 거리에 가는 기침을 토해냈다. 건물 외벽에 등을 기댄 채 가늘게 눈을 감은 중년 사내의 등을 누군가가 흔들어댔다. 노인이 손을 내밀었다.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운 그 사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보름 넘게 중년은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밀린 월세를 닦달하는 원룸은 출입을 막아섰다. 어쩌면 그가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작은 공간을 빠져나왔을지도 모른다. 사내의 주머니 속에는 수십 방울의 수면제가 들어있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인 삶은 수면제로부터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불경기는 그를 벼랑으로 내몰았고, 고금리는 고달픈 삶을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직장을 그만둔 그는 퇴직금과 대출금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어렵게 문을 연 식당으로 불황의 바람이 몰려들었다. 손님들은 등을 돌렸다. 그 빈 자리에는 대출금 이자 납부 독촉장이 수북하게 쌓여갔다.
어느 날 식당 문을 폐쇄하고 귀가한 아파트 안은 온통 빨간 차압 딱지였다. 눈물을 토해내며 아파트를 나서는 아내가 내미는 손을 뿌리쳤다. 휘청거리는 걸음에 매달린 어린 딸이 뒤를 돌아보며 눈물을 쏟아냈다.
건물 외벽을 빠져나온 노인은 국밥집에서 중년 사내와 마주 앉았다.
“몸부터 추스르게나”
수저를 받아든 손이 가늘게 떨렸다..
국밥집의 벽에 매달린 텔레비전이 비보를 알렸다.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와 자녀 1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자 가까운 가족이 신고했습니다. 부부 두 명 모두 우울감을 호소해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버지가 횡포를 부리면 자식들이 밤거리를 떠돌고, 선장을 잘못 만나면 배가 가라앉는다. 덕이 없는 지도자를 만나면 백성이 굶는 법이다“
논어의 가르침이다.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우리들의 가족을 행복하게 할 지도자는 누구일까.
2024년 12월 3일, 국민을 황당케 한 계엄령, 어느 덧 6개월의 세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