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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편지] 봉곡동 붕어빵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꽃보다 아름다운 구미시 선주원남동 공무원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1.19 00:46 수정 2025.01.19 21:13

거리마다 골목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그들은...읍·면·동 최초의 ‘선남공구상회’ 회사원들 & 천변문화제의 롤 모델 ‘PLAY IN 구미천’의 프로그래머들


↑↑ [사진=k문화타임즈]

[사례 1]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시인·소설가) 김경홍]
식탁에 가을밤이 곱게 내려앉았다. 밤길을 걸어온 수험생인 소녀와 옛날 통닭을 들고 온 아빠, 깨알 같은 말씨들을 식탁에 흩뿌렸다.
다소 피곤한 어깨를 다독이는 소녀의 입가, 어쩌면 아름다운 꿈을 저 혼자 몰래 가꾸고 있을 미소가 시냇물로 찰랑거렸다. 살며시 그들의 고운 관계를 밀치고 들어서는 엄마, 식탁에 턱을 괴고 살며시 끼어든 얼굴에 고운 피소가 피어났다.

며칠 후, 압류딱지가 들이닥쳤다. 새벽길을 밟은 아빠의 취기가 마룻바닥에 아주 낮게 무너졌다. 문틈 새로 흘러나온 엄마의 긴 흐느낌이 아빠를 일으켜 세웠다. 이불을 뒤집어쓴 소녀, 손등에 눈물을 뿌렸다. 현관문을 비집고 들어선 한기가 식탁에 기침을 토해냈다.

낡은 리어카가 무너져 내린 단풍을 밟았다. 클랙션이 울려대는 대로, 아슬하게 건너온 리어카가 봉곡동 뒷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그 엄마가, 많이도 야윈 엄마의 손이 붕어빵을 만들어 냈다. 금오산 산길을 가쁘게 걸어 온 초겨울이 눈발을 흩뿌렸다. 붕어빵을 만들어 내는 엄마의 손이 바빴다.
추워야 사는 사람들, 엄마도 어느새 그 세상의 주민이 되어 있었다.

우리들만의 세상과 그들만의 세상, 누군가는 그 세상과 교감하는 길을 내야 한다. 누군가는 그 끊어진 세상을 이어주어야 한다. 누군가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건너가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 가슴의 강에 흐르는 눈물, 한때 고운 꿈을 피워냈을 가슴들을 곱게 안아주어야 한다.

[사례 2]
겨울 한파가 살갗을 파고드는 새벽, 굽이치는 새벽길에 리어카 한 대가 휘청거렸다. 바람이 몰아치자, 리어카에 실린 종잇장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쪽으로 검은 그림자가 쓰러지듯 달려갔다. 맞은편에서 날아드는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리면서 지나쳤다.

어느 장년이 할머니의 리어카를 붙들었다.
“할머니, 새벽길이 위험해요”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린 그것들을 어떻게 키울라구,,,”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식당 개업을 한 아들은 코로나19가 몰아치자, 문을 닫았다고 했다. 빚더미 신세가 된 부부는 결국 갈라섰고, 일자리를 구한다고 나간 아들은 1년째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아들 부부가 떠난 자리에는 초등생인 2명의 손자만이 남겨져 있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어둠을 앞세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면...‘누군가는 즐겁고 또 누군가는 고독한 설명절’이 다가올 무렵이면 문득 봉곡동 붕어빵 엄마와 새벽길에 휘청이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지만 마치 따스한, 봄 날씨 같기도 한 승용차 안에서 문득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혹은 스쳐지날 때마다 ‘누군가는 그들을 도와주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그날 오후 거리마다 골목마다 내걸린 현수막은 작지만 큰 울림이었습니다.
- ‘우리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문의처/ 선주원남동행정복지센터(TEL 480-7522-3, 7525)-

우리가 일상에 쫓겨 붕어빵 엄마와 할머니의 리어카를 잊고 지내는 동안 그래도 묵묵히 거리로, 골목으로 그들을 찾아 나선 선주원남동 공무원들,
그들은, 세상이 그들을 잊고 지내는 동안 허덕이는 삶을 찾아 나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늘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그들은 주민과 관내 사업장 종사자들에게 생활공구를 무료로 대여받도록 한 ‘선남공구상회’ 회사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사랑의 공동체의 표본인 천변문화제, 그 롤 모델을 제시한 ‘PLAY IN 구미천 문화축제’의 프로그래머들이었습니다.

늘 한발 앞서 가는 부지런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그들을 거리에서, 골목에서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서도록 독려했을 것입니다.

내일모레가 설명절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난히 즐겁고 긴 연휴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외롭고 고독한 가파른 삶의 능선일 것입니다.
그래서 선주원남동이 거리마다, 골목마다 내건 현수막은 가슴을 짙게 물들입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지는 못할지라도 여러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여러분이 찾아주십시오,
그리고 꼭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TEL 480-7522-3, 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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